산업도시인 울산은 안전사고 발생도 많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기업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대기업들이 ‘안전 리더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업들이 안전 업무를 회사 경영 방침의 가장 우위에 두고 CEO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경영지원본부 소속 안전 부문을 안전경영실로 격상하고 사장급으로 실장을 배치했다. 안전예산도 올해 3000억원을 계획한 데서 222억원을 추가했다. 지난 6월 황산누출 사고를 경험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도 안전보건팀을 안전보건실로 격상하고 전담 임원을 두는 한편 인력도 9명에서 23명으로 확대했다. 향후 5년간 3000억원을 투입해 안전보건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폐수 저류조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한화케미칼 울산공장도 CEO 직속으로 환경안전실을 신설하고 20년 이상 경력의 환경전문가가 참여하는 환경안전감독관제도도 운영한다.

안전 리더십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CEO의 가치관은 근로자들의 의식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인 미국 듀폰은 200년전인 1811년부터 안전규칙을 명문화해서 실천하고 있으며 1911년에는 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안전수칙 책자를 만들어 모든 공장에 배포하는가 하면 1927년에는 안전을 회사의 핵심가치로 공표하고 회의 시작 후 5분동안 안전에 관한 대화를 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 리더십에서 비롯된 안전시스템 구축을 통해 관리자 뿐 아니라 근로자 개개인이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지역 각 기업체도 안전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직제의 상향조정과 예산투입만으로는 안 된다. 어떤 안전시스템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며 그 시스템을 통해 근로자들 스스로 얼마나 강력한 책임감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근로자들이 안전사고를 내면 그 책임을 모두 회사측 또는 관리자에게 떠넘긴다. 노조가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묻고 나섬으로써 사고를 낸 근로자는 책임은커녕 피해자가 되곤 한다. 전적으로 시설이나 시스템의 문제로 인한 사고라면 회사에 책임이 있지만 근로자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면 그 책임은 근로자도 함께 져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안전사고의 90%가량이 근로자의 직·간접적 불안전행동에 기인한다는 통계도 있다. 근로자의 강력한 책임감은 안전리더십 못지 않게 안전사고를 줄이는 중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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