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노사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 현대미포조선이 12일 임단협을 가결했다. 조합원 찬반투표에 붙여진 잠정합의안이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돼 있어 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62.1%의 찬성을 얻었다. 20년 연속 무분규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노조는 기본급은 호봉승급분에 만족하기로 하는 대신 희망퇴직을 위한 권고사직과 면담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어려움에 봉착한 국내 조선업계가 희망퇴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의 권고 사직을 통한 구조조정을 해왔으나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임금 인상 대신에 결과적인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안정을 선택한 것이다.

노사화합은 조선업 위기극복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글로벌 수주경쟁에서 노사화합이 선주들의 신뢰감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국내 조선업계가 그동안 수없이 경험해온 바다. 미포조선 노사의 선택이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울산시민들의 관심은 미포조선 노조의 이같은 선택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과 관련해서 기본급 9만6712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인상, 성과금 250% 무조건 고정지급 등을 요구해놓고 있다. 기본급을 호봉승급분인 2만3000원 인상을 제시한 회사측과 간격이 너무 커서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협상에서도 임금인상이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안을 철회하는 대신 임금 5만8000원 인상 등에 잠정합의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가장 큰 이유가 예년에 비해 낮은 임금인상률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을 쇠고 온 이들 두 노조가 과연 미포조선 노조처럼 당장의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안정과 위기극복을 선택, 산업도시 울산의 든든한 동력으로서 제자리를 지켜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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