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한해의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해서 햇곡식으로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 어느 명절보다 풍성한 시기인지라 예부터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다. 그런데 울산의 이번 추석은 그 말이 무색하리만치 침울하다.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노사협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37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추석 전 타결에 실패했다.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찬반투표에서 부결됨으로써 재협상에 들어간 현대자동차도 추석 전 타결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다. 이들 사업장의 노사합의가 추석 전에 이뤄졌더라면 고향 가는 근로자들의 발걸음도 가볍고 ‘반짝 경기’라도 살아나 추석대목을 노리던 소상인들의 얼굴이라도 펴졌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고향 민심을 통해 노사화합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 체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울주군 온산 삼평들에선 추석을 앞두고 햇곡식의 수확은커녕 벼가 벌겋게 말라가는 논을 갈아엎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농어촌공사 울산지사가 직접 관리하는 우량농지인 삼평들의 논농사를 망쳐버린 것은 바닷물이 역류한 줄 모르고 회야강 물을 끌어다 댄 탓이다. 용수공급 전에 염분 함유검사만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인지라 농어촌공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자식이나 다름없는 한해 농사를 갈아엎는 농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추석을 쇠고 나면 농민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추석대목 장사로 분주해야 할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8일 불이 나 4개 점포가 타버렸다. 건어물과 젓갈, 미역, 잡화 등을 취급하는 가게다. 그야말로 명절을 거꾸로 쇠게 된 것이다. 다행히 화재가 크게 번지지 않아 도매시장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으나 적잖은 타격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이 따뜻한 추석을 맞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내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주말까지 5일간이나 이어지는 긴 연휴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 추석연휴 동안 울산을 들고 나는 연인원이 29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특히 장거리 운전시 2시간만에 한번씩 쉬어감으로써 졸음운전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온 출향인이라면 추석연휴동안 울산의 문화시설과 역사유적지, 관광지 등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녀감으로써 인기를 더하고 있는 십리대숲과 대왕암은 물론이고, 연휴기간에도 문을 닫지 않고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울산박물관과 대곡박물관 등도 가볼만하다. 고래문화를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는 장생포고래마을과 반구대암각화 등도 가족나들이 장소로 적격이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솔마루길, 입화산참살이길, 천마산 편백숲길, 태화강백리길 등 집 가까이 있는 산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추석이더라도 오랫만에 만난 가족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추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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