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울산에 건립할 예정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규모가 턱없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애초에 정부가 서울 용산에 건립하려고 했던 규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울산 건립이 결정되던 당시 예정했던 규모보다도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란 이름이 무색해진다.

2013년 1월에 세워진 정부의 애초 계획은 서울 용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기술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연간 관람수요를 300만명으로 잡고, 20만㎡ 부지에 건축비 4500억원을 비롯해 부지매입과 전시품 구입 등 모두 1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박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건립부지가 울산으로 옮겨진 2014년 7월 건축연면적 8만476㎡에 사업비 4393억원으로 축소됐다. 사업비가 3분의1로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예비타당성을 이유로 지연을 거듭하다가 이제와서 또다시 건축연면적 2만8800㎡에 사업비 1865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는 2011년 6월 개관한 울산박물관(부지 3만358㎡, 건축연면적 1만4408㎡)의 2배 수준이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사실상 울산 건립 발표가 있기 직전인 2014년 6월에 결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김기현 울산시장이 당선인 신분으로 국가사업 점검차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의 의도를 파악한 결과 2000억원대의 과학관 수준으로 축소할 움직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건립부지를 울산으로 확정하면서 이미 세계적 수준의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은 안중에도 없었음에도 지난 2년여동안 공연히 예비타당성 조사를 핑계로 세월만 흘려보냈다는 말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기대에 들떠 수년째 온갖 공을 들여온 울산시민들로서는 허탈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울산시민들이 국립산업기술박물관에 거는 기대는 단순히 산업도시의 역사성을 입증하는 박제된 박물관 하나를 챙기겠다는 것이 아니다. 전후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산업역사를 보여줄 뿐 아니라 무한한 창의력을 배양해주고 첨단산업의 예측이 가능한 과학기술의 요람이 되는 미래지향적 박물관을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중화학공업 중심의 울산이 처한 저성장시대 위기 극복의 대안인 관광·서비스산업을 불러일으키는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울산시민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국내외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산업유물 전시관이나 과학관 수준의 박물관을 희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국내 25개 기업과 36개 기관·박물관이 울산시와의 협약을 통해 산업유물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세계적인 규모로 지어질 것이란 기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애초에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설립하려고 할 때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 위치가 서울이든 울산이든 상관없이 세계적 규모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과 울산은 불과 2시간 거리다. 부산 신공항이 건립되면 그로부터 1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국내외 관람객의 접근성에 크게 무리가 없다. 정부는 모든 문화시설이 서울에 있어야만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세계적 수준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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