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해임건의안·사드 대응 입장 일관성 유지못해

박지원 “소통하고 설득하고 반대도 인정하는 민주정당”
호남 염두 野 선명성과 중도정당 캐스팅보트 사이서 혼선

국민의당이 최근 현안 대응에서 잇따라 ‘갈지자걸음’을 보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국면의 입장 변화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과 함께 김 장관 해임건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약속했지만, 지난 21일 의원총회 후 돌연 입장을 바꿔 당 차원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철회했다.

당내 비중이 높은 농촌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임건의안 제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김 장관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가졌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어쩔 수 없이 물러나 야권공조 합의를 파기해야 했다.

그러다가 23일 해임건의안 처리 직전 열린 의총에서는 호남 민심 등을 감안, 다시 가결 쪽으로 당내 의견이 쏠리면서 결과적으로 며칠 만에 입장을 바꿔 야권공조에 복귀하는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도 국민의당은 애초 가장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가 북한 5차 핵실험으로 안보 불안감이 가중되고 여론이 불리하게 흐르자 당론 재검토 의견이 분출되고 선회 기류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불거진 혼선은 야당으로서의 선명성과 ‘캐스팅보트’로서의 중도 외연확장이라는 두가지 갈래길 사이에서 처한 정체성 딜레마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 지도부는 이를 소속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23일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획일적으로 분위기를 억압하지 않고 의사를 충분히 표현해서 마지막에 당의 입장을 결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당은 이런 당이다. 원칙을 지키며 소통하고 설득하고 반대도 인정하는 민주정당”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국가적 현안 대응에서의 일관성 부재와 모호한 정체성 등의 평가는 결과적으로 당 이미지를 깎아내렸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 자신도 이번 해임건의안 당론 철회를 두고 “합의 파기, 새누리당 2중대 등 비난을 받았지만 변명치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갈지자 행보를 ‘박지원 원톱 체제’에 대한 견제 기류와 결부시키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앞장서서 반대해 온 황주홍 의원을 비롯한 일부 호남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 겸직 등을 문제 삼으며 현안 대응에서도 이견을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황 의원은 해임건의안 처리 후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강 대 강으로 치닫는 극한적 대결정치에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며 “야당으로서도 아집 불통의 박근혜 대통령을 혼내주고 본때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잠시 득의에 찰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나라와 야당 측에 무슨 유리가 있을는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고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마침 야권에서 개헌론과 통합경선론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 점차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이런 기류는 당 바깥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최근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의원 등 당내 호남 지역 의원들은 더민주 원혜영 강창일 백재현 의원 등과 오찬 회동을 갖고 야권 대선 후보 선출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당의 ‘창업주’이자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와 공고한 연대를 이루는 상황이라면 별다른 파급력이 없을 것이란 시각도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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