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규 한경硏 거시연구실장 국내 자동차산업 환경 진단

 

현대자동차 노조가 26일 12년만에 전면파업을 실시한데 이어 27일부터 30일까지 6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하면서 생산차질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협력사들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이날 전면파업으로 72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600억원의 매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사진) 거시연구실장은 이러한 노조의 잦은 파업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신규 채용 감소와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노조도 더 늦기전에 현실을 직시하고 회사와 함께 생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GM 노사가 올해 높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임금경쟁력 실태는 어떤가.

“자동차산업은 그 동안 빠른 성장을 하면서 생산성 향상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상승률을 감당해왔다. 그 결과 현재 국내 5개 완성차업계 근로자의 연봉은 9313만원으로 세계 최고수준이며 업계 세계 1위인 일본 도요타 7961만원, 2위 독일 폭스바겐 7841만원과 비교할 때도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자율주행차 등으로 인해 세계 최대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생산성 향상을 뛰어 넘는 임금인상은 경쟁력 하락을 통해 국내생산 비중의 감소로 나타날 것이고, 나아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존립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임금인상에 시장 경쟁력 하락
연관산업 등 사회비용도 염두에 둬야

-현대차 노조가 또다시 파업을 재개해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부품 협력업체도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노조의 파업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차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543로 우리나라 산업을 161개로 나눌 경우 9번째로 높다.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에서 생산한 중간재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생산이 감소하게 되면 다른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지난 3년간 자동차산업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알려진 것만 최소 2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로 인한 다른 산업의 생산손실은 약 7조1000억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산업연관분석에 의하면 파업으로 인해 경제 전체 일자리도 약 2만4000개 이상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40%에 육박하던 시장점유율은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파업 등 강경노선으로 치닫는 노조가 이같은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과거 국내시장은 어느 정도 보호의 테두리 안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 전세계 모든 시장이 점차 더욱 강한 경쟁에 노출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은 생산비용 증가, 수익률 하락, 가격경쟁력 하락 등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일본 자동차노조의 최대 목표는 회사와 함께 동반성장해 국내 생산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노조도 더 늦기 전에 현실을 직시하고 회사와 함께 생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나라 노사관계 경쟁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노사협상 결렬시 노조는 법에서 정한 절차만 지키면 사실상 무제한 파업을 벌일 수 있다. 노사간 힘의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은 없나.

“현재 우리나라 노동법은 과거 산업화시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만 강조될 뿐 기업의 경영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은 상당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을 우리나라만 금지하고 있다. 대체근로가 불가능하면 파업의 파괴력은 엄청나게 커지게 되고, 기업은 조업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노사간 힘의 불균형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 위축과 신규채용 감소로 연계될 수밖에 없고, 청년 고용절벽 현상도 더욱 심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잠정합의를 했지만 조합원투표에서 부결됐다. 회사는 교섭권을 위임받은 노측 교섭위원들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또다시 조합원 투표를 부쳐야 하는 이중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같은 교섭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비효율적인 교섭구조가 관행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단체협약을 매 2년마다 반복하고 임금교섭은 매년 한다는 것에 있다. 또한 노조 대표자 선출도 너무 자주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3년간 단체교섭을 5회 이상 실시한 기업이 78%인 반면 일본은 5회 미만이 50%이다. 이러한 현행 법제도 및 관행으로 인해 적지 않은 단체교섭 비용과 사회적 갈등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감춰져 있는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합리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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