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발발한 지진은 고도(古都) 경주 뿐아니라 울산의 문화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문화재는 보물 제 173호인 망해사지 승탑이다. 망해사와 함께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2기의 승탑은 울주군 청량면 율리 망해사터에 서 있다. 망해사는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처용설화에 등장하는 절이다. 처용설화와 관련된 탄탄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다 승탑 자체도 팔각 원당의 기본형에 단아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가 높다. 이번 지진으로 동쪽 승탑의 정면과 후면쪽이 중심축을 기준으로 0.4도, 좌우측면으로 0.1도가 기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석남사에서도 승탑(보물 369호)과 기와, 담장, 기단부 등에서 파손과 균열이 발생했다. 박제상 유적지(울산시기념물 1호)도 담장과 지붕의 기와가 훼손됐고 홍살문도 기울어졌다. 웅촌면 석계서원(문화재 자료 17호)과 온양읍 내원암도 기와의 훼손이 있었다. 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 언제 또 발생할 지 모르는 지진에 대비한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이번 지진에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의 피해를 걱정했다. 울주군에 따르면 다행히 피해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특히 오랜 세월 물에 잠겼다가 나왔다가를 반복하면 풍화작용에 의한 탈각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강도 높은 지진의 충격을 견뎌낸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혹여 이달 2~3일 내린 비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하단부가 물에 잠겨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진으로부터 안전했던 것은 아닌지, 또는 16일부터 19일까지 집중호우에 완전히 잠기면서 피해상태가 제대로 확인이 안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인다. 물이 빠지면 다시한번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지 정밀진단도 해야 할 것이다. 천전리 각석은 단단한 바위 위에 자리하고 있어 물에 잠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단단할 것으로 유추되지만 마찬가지로 내진 조사를 통한 대책강구가 필요하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과 같은 바위그림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한 문화유산이다. 일반 건축물은 부분적인 복원을 하면 문화재적 가치가 크게 훼손되지 않지만 바위그림은 그 특성상 일부라도 훼손되면 그 부분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고 그만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상실된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9·12 지진을 통해 얻어야 하는 또하나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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