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을 발표한 지 4년1개월만이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예상되지만 어쨌든 우리 국민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자는 것이 이 법의 제정 취지다. 그래서 ‘클린 대한민국’을 위한 혁명이라고도 한다.

법 적용 대상이 중앙·지방행정기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919개에 이르고, 적용대상 인원이 400여만명에 이른다. 흔히 우리 사회의 ‘갑’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 어느 정도 공공성을 가진 직업은 모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27일밤 ‘마지막 만찬’을 즐기는가하면 일부는 각자 계산(더치 페이)을 하며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고급음식점들의 예약현황을 보면 27일은 ‘만석’인 반면 28일부터는 ‘급감’이다. ‘시범 케이스’에 걸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당분간은 어떤 만남도 갖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전후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정당한 절차와 규칙을 지키기 보다는 불·편법이라도 빨리 가는 방법을 찾는 사람을 유능하게 여기는 정서가 형성됐다. 일부 계층의 특권도 당연한 권리처럼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됐다. 어느새 허술한 법과 특유의 온정주의·연고주의 정서에 편승해 부정·부패가 이슬비처럼 스며들어 옷이 다 젖어버린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제 그 젖은 옷을 벗고 뽀송뽀송한 새옷으로 갈아 입을 때가 됐다.

문제는 경제위축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이 먼저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법적용 과정에서 혼선도 빚어질 것이고, 직접적 손실을 입는 집단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반면 이 법의 취지대로 맑고 깨끗한 정의사회 실현은 단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데다 그 정도에 대한 계량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직무연관성’에 대한 판단의 혼선 등을 핑계 삼아 법집행에 있어 엄중함이 사라진다든지, 일부 정치인에 의해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된다든지 하는 뒷걸음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호한 규정은 판례를 통해 차차 보완해나가면 될 일이다. 더러 근본적인 의식개혁을 추구하기 보다는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생각하고 잠시 피해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결코 소나기처럼 한때의 소동으로 지나가서도 안 된다.

4년여 뜸을 들였고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됐다. 다소 불편하고 손해가 되더라도 취지를 잘 살려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지난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56점으로, 조사 대상 168개국 가운데 37위였다. 이런 수준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의 금지’는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라 매일 마시는 물처럼 모든 국민의 일상생활이 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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