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캄캄한 시골길에서 교통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보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는 김태근씨는 밤늦도록 일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도 남의 사고를 돕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달려오는 차에 치여 골반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입원을 하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2일 새벽 대리운전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서 사고를 내고 수습중인 차량을 발견하고는 가던 걸음을 멈췄다. 밤늦은 시각 시골길은 너무나 깜깜했다. 사고가 난 줄 모르고 달려오는 차량을 우회시키며 사고수습을 돕고 있었다. 그런데 한 차량이 그를 향해 돌진해왔다. 그는 울산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졌고 골반뼈가 부러져 12주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그를 친 차는 음주운전인데다 책임보험에만 가입돼 있었다. 경찰은 그를 의상자로 지정해야 한다며 ‘달아달아 내 소원을 들어줘­어느 대리기사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제작해 의로운 행동을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병원에 누워 있을 형편이 아니다. 부인과 사별 후 아들과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딱한 사정이 있다. 울주군과 경찰협력단체들이 지원금으로 돕긴 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의로운 일을 하다가 다치면 국가가 책임을 지고 생계를 보장해준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그를 의상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체상의 부상을 입은 사람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상자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망한 경우에는 의사자가 된다. 김씨의 경우 이 법률에 명기해놓은 적용범위에 나와 있는 사례에 직접 해당되지는 않지만 분명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에 처한 다른 사람을 적극 구조하다가 위해를 입은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의사상자에 대한 지정을 매우 까다롭게 해왔다. 반드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행동에만 한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차량을 쫓는 과정에서 사고로 척수손상 등 상해를 입은 택시기사에게 의상자 인정을 함으로써 그 폭을 넓혔다. 김태근씨처럼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의상자로 지정해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