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7일 울산시는 ‘울산 만명 게놈프로젝트’를 선언했다. 2018년까지 만명 이상의 한국인 게놈을 해독하고 분석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울산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꼭 1만명의 게놈만 해독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게놈을 해독하고 분석하기에 충분한 숫자를 확보해 대한민국의 게놈데이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 명칭은 ‘Genome Korea’이다. 울산이 이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UNIST 게놈연구소(소장 박종화)가 있기 때문이다.

게놈프로젝트는 인체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놈(genome)을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유전자 배열을 분석하는 연구 작업을 말한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이다. 흔히 ‘생물의 설계도’ 또는 ‘생명의 책’이라 불리는 게놈지도를 만들기까지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리지만 이같은 뇌연구가 다른 학문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궁무진하다. 침체에 빠져 있는 울산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빠르고 싼 게놈해독기를 갖게 되면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게놈정보도 얻게 된다. 건강·질병·수명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통해 모든 인간의 소망이라고 할 수 있는 개개인의 맞춤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뇌관련 융합기술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세계적 뇌 연구 수준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뒤늦은 감이 있다. 1990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6개국 과학자들이 역사적 게놈프로젝트에 착수했고 2003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이와는 별도로 세계 각국은 뇌관련 융합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앞으로 10년동안 30억달러(3조6000억원)를 투자하는 브레인이니셔티브 사업을 선포했다. EU도 10년간 10억유로(1조2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인간 뇌와 비슷한 규모와 기능을 갖춘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일본도 연간 30억엔(330억원)을 들여 2014년부터 혁신뇌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뇌관련 융합기술의 미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게놈연구가 울산에서 이루어진 것은 울산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매우 다행한 일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시비 7억원으로 착수했고 내년도에 국비 10억원이 편성돼 있다. 2019년까지 12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이라고 해서 자칫 정치권이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울산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는 물론이고 혈액 채취 등에 있어서 울산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도 필요하다. 울산의 미래산업과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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