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했다. 최고 시간당 139㎜, 일강수량 266㎜라는 폭우가 쏟아져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울산의 기상관측 이래 10월의 일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태화강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일강수량이 417㎜였던 1991년 8월23일 태풍 글래디스 이후 25년만이다.

워낙 많은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울산시의 대응책 미비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물론이고 동천강과 무거천 등의 하천은 범람의 위기를 모면했음에도 차량과 주택, 도로침수 피해가 예상 밖으로 크게 발생했다. 2012년 9월 태풍 산바와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 때도 태화강 둔치가 침수됐으나 이날처럼 피해가 크진 않았다.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서 119 소방대원을 비롯한 2명이 사망·실종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곳곳에서 배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면서 도로인지 하천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 속출했다. 차가 물에 둥둥 떠다니는, 마치 영화같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했다. 도로와 다리가 끊어지고 옹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도로변 야산에서는 폭포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태화강이 범람하기 직전 비가 잦아졌으니 망정이지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뻔했다. 지진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또다른 자연재해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도로와 하천변에 주차된 차량들의 대거 유실로, 울산시의 대피 안내가 늑장이었다는 불만이 높다. 국민안전처와 울산시가 긴급재난문자로 안전지대 대피와 차량 우회를 권유한 것은 11시44분 이후다. 그것도 강변에 주차된 차량의 이동을 구체적으로 유도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조금 빠른 11시33분 중구청이 저지대나 강변에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라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이미 침수가 시작된 시점이다. 울산에 근래 20여년동안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울산시의 재난대응이 안일해지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지진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태풍으로 인한 수해까지 겹치면서 재해대응에 대한 울산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자연재해 대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혁신도시 등의 신도시 조성에 따른 자연현상의 변화, 우후죽순 건설된 신설 도로의 배수로 규모의 적정성, 산책로와 주차장 등으로 단장한 하천의 안전성 등 안전인프라에 대한 정밀분석이 필요하다. 울산시의 재해 대응책이 미비하거나 안일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도 중요하다. 태풍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근래들어 빈발하는 지진은 물론이고 여름철 혹서에 대한 대책 등 기후변화에 따른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 더이상 ‘자연재해 없는 울산’이라고 자랑 삼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매우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자연재해 전반에 대한 세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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