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역이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 복구에 들어갔다. 피해 범위가 워낙 넓고 규모도 크다. 도심 한가운데서 사람들이 물에 떠내려가고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람이 사망했다. 사람을 구하러 나갔던 소방대원도 물에 휩쓸려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울산에서만 사망자가 3명이다. 수백대의 차량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현실이 아닌 듯 충격적이었다. 침수 차량이 1311대, 추정손해액 121억2000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마침 장날이었던 태화장은 삽시간에 어른 가슴까지 차오른 물에 영세상인들의 삶이 통째로 잠겨버렸다. 학교 체육관과 경로당 등지로 거처를 옮긴 이재민도 수백명이다. 세계적 기업인 현대자동차도 2공장의 침수로 2000여대의 차를 생산하지 못했다.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대비하기는 어렵다. 태풍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대비 시간도 부족했다. 바닷물의 만조시간이 겹친 것도 갑작스럽게 강물이 불어난 이유로 꼽힌다. 그럼에도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지대와 강변에 주차해둔 차량의 대거 유실이 바로 안일한 대응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새벽부터 재난 대비 근무를 했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 무슨 소용인가. 주민들은 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갔을 때는 이미 차가 떠내려 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울산시의 홍수대비 체계이다. 이번 차바 대응태세를 보면 댐의 치수 능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와 매뉴얼, 신도시·도로·산업단지 개발시 적절한 배수로 확보, 재난예보시스템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20여년간 큰 자연재해가 없던 울산에도 근래들어 잇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재해대응 수준이 이대로 머물러 있다가는 언제 또다시 많은 소를 잃게 될지 모른다.

당장에 급한 것은 피해 복구다. 울산시와 구·군 공무원, 군경 등 4000여명과 중장비가 총동원돼 피해복구에 나섰다. 그럼에도 일손이나 장비 부족이 심각하다. 장비를 가진 기업체와 시민들의 손길이 아쉽다. 아파트나 마을 단위로 피해가 발생한 곳은 그나마 행정기관의 즉각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별적인 피해를 입은 곳은 물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북구의 한 병원은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는 바람에 전기와 물공급이 끊기면서 입원환자를 돌볼 수 없어 구청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웃들의 고통이 현실화 하고 있다. 워낙 피해가 광범위해 복구에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체와 시민단체 등의 자원봉사가 절실하다. 필요한 곳에 제때 도움의 손길을 연결해주는 사회적 시스템도 풀가동해야 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무엇보다 공동체의 힘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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