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이 다녀갔다. 이들은 울산시 재난상황실과 재난 현장을 방문한 뒤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피해복구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빠른 수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들의 즉각적인 방문과 적절한 대책 제시에 대해 큰 기대를 갖는 한편 우리는 실질적으로 정부 조치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질 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듯이 재난 피해액이 특별재난지역 선포 규정에 적합한지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각 기초자치단체별로 피해내역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지역별로 나누다보면 규정에 못 미칠 수도 있다. 행정적인 절차도 까다로워서 결국엔 대통령이 직접 나서거나 지역 국회의원들의 끈질긴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정치적인 판단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이뤄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울산시민들이 많다. 차량을 통해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돈벌이를 못해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특히 태화장 상인들은 겨울철을 앞두고 신상품을 가득 들여놨다가 송두리채 물에 담가버렸다. 이들의 피해를 일일이 파악하기도 어렵거니와 피해금액을 산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상 울산의 피해 상황은 현장을 둘러봤다면 대충 눈으로만 확인해도 충분히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가능하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관계자도 “통상 피해 금액 추산에 일주일 이상 걸리지만 그냥 눈으로 봐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넘지 않느냐”고 했다.

지금 울산시민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른 안정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울산시민들은 9·12 경주 지진 피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닥친 태풍 피해로 인해 정서적 불안이 매우 크다. 집에도 돌아가지 못해서, 차량이 없어서, 점포가 잠겨서 등의 이유로 가정생활이 정상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오래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울산시민들에게 더없이 좋은 문화·체육·여가공간이던 아름다운 태화강이 갯벌처럼 변해버린 것도 시민정서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정부의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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