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로 인해 엄청난 수해를 입은 울산, 그 원인이 폭우라는 자연재해에 기인했음에도 울산시의 늑장 대응과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울산혁신도시의 배수시설이 미비해서 태화·우정시장 일대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관심을 끈다. 이는 앞으로 태풍은 물론이고 장마 등의 많은 비가 내릴 경우 비슷한 피해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혁신도시가 이번 수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토목공사 전반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해졌다.

울산혁신도시는 울산시와 중구청이 하자에 대한 완벽한 보수를 하지 않으면 관리권을 넘겨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국토교통부가 준공허가를 했다. 혁신도시 조성 공사를 맡은 LH는 아마도 지금 막바지 하자보수를 하고 있을 것이며, 곧 관리권을 넘기고 혁신도시에서 철수할 계획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태풍 차바의 내습으로 그동안 지적한 하자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도시인프라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조홍제 교수는 혁신도시에 조성한 우수저류지가 그 역할을 거의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태화시장 위 유곡천과 연결된 저류지는 쏟아지는 빗물이 한꺼번에 흘러가지 않도록 저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저류지 하부에 7개의 대형 배수관로가 유곡천으로 뚫려 있어 물이 저류지에 저장될 시간 없이 곧바로 흘러가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것이다. LH에 따르면 유곡천과 연결된 저류조는 용량이 471만8000ℓ로 재해영향평가를 거쳐 시간당 76.3㎜의 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 5일 비는 저류조 용량의 2배 가까운 시간당 139㎜였다. 용량이 부족하게 설계된데다, 조 교수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마저도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태화시장은 수십년동안 이처럼 큰 수해를 입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전언이다. 태화강물이 넘친 것도 아니다. 상습침수지역인 옥교동 새치마을을 비롯해 태화·우정시장과 다름없이 태화강변에 자리한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 이러한 주변 상황을 분석해보면 태풍 차바가 내습한 5일 오전시간대가 때마침 바닷물의 만조기와 겹치는 바람에 태화강으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혁신도시에서 발생한 우수가 태화·우정시장 쪽으로 그대로 쏟아지면서 물바다가 된 것이다.

울산시와 중구청은 혁신도시의 관리권을 넘겨받기 위해 총체적 점검을 통해 380건의 하자를 찾아 LH에 보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 하자는 당장에 눈에 드러난 편의시설 등에 국한돼 있다. 울산시나 중구청이 토목공사의 문제점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번 수해를 통해 향후 지속적인 대형 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 만큼 국토부는 혁신도시 준공허가를 중단하고 총체적 재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안전처도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통해 피해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예방하는 것이 국민안전처의 진정한 역할이 아닌가. LH가 반드시 배수시설을 비롯한 토목공사 전반에 대해 재점검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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