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됐다. 63.31%가 찬성했다. 그들의 말대로 1차 잠정합의안에 비해 크게 얻은 것도 없다. 기본급 4000원과 전통시장 상품권 30만원이 추가됐을 뿐이다. 이는 현장조직들의 부추김 속에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부결시키면 더 나온다’는 생각이 더이상 통할 수 없는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결과다. 회사측은 교섭 초기부터 “경영실적에 연동한 합리적 임금수준”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고 결론적으로 5개월에 걸친 장기교섭에 24차례의 파업에도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 예년과 달리 당장의 ‘불 끄기식’의 교섭관행을 탈피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럼에도 이번 임금협상에서 현대차 노사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눈에 보이는 피해는 24차례의 파업과 12차례의 특근 거부로 14만2000여대 3조1000억원의 생산차질이다. 25년 파업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348개에 이르는 1차 협력업체의 손실도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조합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한 현장조직의 말대로 “역대 최다 파업에, 돌아온 건 역대 최대 임금 손실뿐”일 지도 모른다. 특근을 통해 생산손실 만회와 함께 임금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으나 영업 환경이 예전 같지 않은만큼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큰 손실은 바로 현대차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으며 협력업체들이 경영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고액연봉의 대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상실감과 반감으로 “현대차를 사지 않겠다”는 ‘안티 현대’는 물론이고 파업을 일삼고 애사심이 없는 근로자들이 만든 차량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파업과 임금인상, 자사직원에 대한 20~30%의 차값 할인 등으로 발생한 손실을 가격 인상으로 메꾼다는 가격 불만까지 소비자들의 반감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판매율이나 영업이익도 계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회사측은 물론이고 노조도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위기극복의 힘은 위기인식에서 시작된다. 현대자동차는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밑거름이다. 노사는 다음주중 임금협상 타결조인식을 갖는다. 이 자리가 단순한 타결조인식이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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