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17일 사장단과 사업대표를 교체하는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의 핵심은 종전 ‘최길선­권오갑’ 대표이사 체제를 ‘권오갑­강환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강환구 사장은 생산, 설계, 안전 등 울산본사의 내부경영에 전념하고 권오갑 부회장은 급변하는 대외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재편,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그룹전체를 이끌어가는 기획실장 직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2년전 경영위기극복을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최길선­권오갑 투톱체제가 막을 내리고 권오갑­강환구 투톱체제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다.

정주영 창업자가 맨손으로 일군 현대중공업은 산업수도 울산의 수많은 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울산다운 기업이다. 그래서 많은시민들은 3~4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가 결코 남일 같지않다. 지난 수년간 현대중공업에는 많은 불운과 비극적인 상황이 겹쳤다. 저유가시대가 장기화되면서 해양플랜트와 선박수주가 급격히 줄었고 수조원의 경영손실로 이어졌다. 경영적 판단착오의 댓가로 수많은 임원과 간부들이 회사를 떠났고 일반직원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났다. 채권단과 정부는 이같은 고강도 인력조정도 모자라 더많은 것을 요구했다. 눈물을 머금고 분사와 자산매각을 진행할수밖에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작업중 안전사고는 왜이리 많이 나는지 뭐가 단단히 씌인듯 불운의 연속이었다.

이같은 불운과 과오는 수년째 악성 노사분규를 야기했다. 임단협은 해를 넘기기 일쑤고 올해도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할수 없다. 노사가 온힘을 모아 미래를 개척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서로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현재로선 이같은 상황이 언제 걷힐지도 알수없다. 회사는 해양과 플랜트사업의 일감부족으로 내년에는 인력의 30~40%가 쉴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내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올해 못지않은 수주가뭄이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세운 자구안의 기본전제가 다 틀어지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에 또다른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자동차도 모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협상을 타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이제 대승적 결단으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회사가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새출발하는 만큼 공동운명체인 노조도 새로운 미래를 위해 회사와 같은 출발점에 설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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