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청 앞에서 목화예식장 사거리까지 535m 구간, ‘왕생이길’이 역사·문화·예술이 어우러진 특화거리로 거듭났다. 남구청은 18일 오후 왕생이길 조성사업 준공식을 가졌다. 이로써 남울산우체국에서 남구청까지 400m 구간의 ‘예술이 숨쉬는 길’과 왕생이길이 이어지면서 935m의 거리가 걷기 좋은 길이 됐다.

예술이 숨쉬는 길이 조형물과 벽천분수 등으로 장식된 예술적 거리라면 왕생이길은 지명의 뜻을 되살려 왕생혈의 상징물과 삼산평야의 갈대밭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또 왕생이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울산의 명장(名匠) 173명의 이름을 새긴 벽장식과 핸드프린팅이 들어간 보도다. 거리 디자인은 두개의 물줄기와 세개의 산이 있었다는 이수삼산(二水三山)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어쨌든 도심에 보행자 중심의 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울산의 대부분 도심 도로는 차량이 우선적으로 고려돼 있으나 차가 늘어나면서 차량의 흐름은 더욱 느려지고 있을 뿐아니라 보행자들에게도 매우 위험한 도로로 변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오히려 찻길 다이어트가 그 대안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독일 보쿰루르대 교수를 지낸 디트리히 브라에스는 ‘도로를 줄이면 교통수요가 감소해 정체가 완화된다’고 주장했다. ‘브라에스의 역설’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영국 런런의 박물관 거리 등에서 증명되고 있다.

찻길을 외곽으로 빼고 도심 속에는 보행자 중심도로가 더 많아져야 한다. 다만 수십억원을 들여 과하게 장식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걷기에 불편함이 없는 보도블록과 감각적인 가로등, 간판이 없는 깔끔한 주변환경이면 충분하다. 이미 만들어진 거리의 장식물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을 마구잡이로 가져다가 꾸며논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예술인들도 적지 않다.

주민들은 장식물에 들이는 비용으로 이름 없는 더 많은 도로를 걷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정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수십억원짜리 길이 있는 반면 여전히 풀과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는 길도 많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거리도 길 위에 그렇게 많은 장식이 돼 있지는 않다. 뛰어난 조각품이 한둘 놓여 있거나 주변의 멋진 건물과 가로수로 인해 유명해졌을 뿐이다. 아무런 장식 없이도 반듯하고 넓은 보도,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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