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태화·우정·유곡동 주민들이 19일 혁신도시 조성공사를 한 LH를 항의방문했다. 지난 태풍 차바 때 이들 지역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것은 제 역할을 못한 혁신도시 우수저류조 탓이라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 지역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다급하다. 이번 피해는 예상치 못한 가운데 발생했지만 앞으로 큰 비가 올 경우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아직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다. 당장은 전문가의 주장을 좇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 뿐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이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을 때도 일대가 잠기는 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데 혁신도시가 생기고 난 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으니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LH가 이들 주민들과 면담자리에서 “관련법에 맞게 우수저류조를 설치했다”면서 “만약 저류조에 문제가 있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항변하는 것은 공기업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다. 설사 관련법을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먼저다.

우선은 LH의 주장대로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볼 필요가 있다. LH는 이날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용역은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 뿐 아니라 설사 LH가 법을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이 우수저류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돼야 한다. 따라서 용역 의뢰를 LH가 단독으로 해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울산시가 함께 참여해서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진단과 대책까지 얻어내야 한다. 정확한 근거자료도 갖고 있지 않는 주민들이 직접 LH를 찾아가서 책임과 대책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한 울산시는 만약 이 용역에서 우수저류조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온다면 다른 원인도 찾아야 한다. 주민들은 당장에 피해보상도 중요하지만 비가 올 때마다 불안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비가 너무 많이 왔기 때문이라고 해서는 주민들의 불안을 덜 수가 없다. 이날 김기현 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수해를 뼈아픈 교훈이자 회초리로 삼아 더 안전한 울산을 만들겠다”고 했다. 항구적인 수해 예방대책은 물론이고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한 단기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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