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생활했다’ 문신 보여주며 2년간 4천만원 뜯어낸 20대 구속
같은 방 쓰며 ‘모기 안잡고, 빨래 정리안했다’ 폭행…‘입대도 강제 연기’

 “더는 노예로 살 수 없어요”

지난 6월 자신이 다니던 기숙사와 공장에서 세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A(21)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 내용이다. A씨는 노동 강도나 스트레스가 아닌 직장 선배의 괴롭힘에 세상을 등지려 했다.

20일 충남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2014년 3월 고교를 마치자마자 아산의 한 공장에 취직한 A씨는 같은 고향 출신이면서 바로 한 살 위인 B(22)씨와 함께 기숙사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악몽 같은 공장생활이 시작됐다.

폭력조직 추종세력이던 B씨가 A씨에게 문신을 보여주거나 ‘내가 조폭 생활을 했다’며 위력을 과시했다.

B씨는 폭력조직원 등이 된 과거 고교 일진 등과 A씨가 통화하게 하는 방식으로 겁을 줬다.

경찰은 “B씨는 A씨가 알고 있던 불량배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키는 수법으로 A씨의 기를 죽였다”며 “순순히 말을 듣게 한 뒤 금품을 갈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각종 트집을 잡아 A씨의 돈을 뜯어냈다. A씨는 지난 6월까지 2년 넘게 모두 42차례에 걸쳐 4천100만원을 뜯겼다.

밤사이 잠이 든 도중 A씨가 자신을 건드려 치아가 흔들린다며 치과 치료비를 뜯어낸 것을 비롯하여 A씨가 인터넷 랜 선을 건드려 연결이 끊기면서 인터넷 도박자금을 날렸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이유를들었다.

방안에 모기를 잡아놓지 않았다고, 빨래를 정리해놓지 않았다고 때렸고, 보험사기에 가담하도록 강제로 운전시킨 뒤 폭행하기까지 했다.

잠마저 재우지 않는 등 괴롭힘을 참지 못한 A씨가 이런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입영신청서를 냈으나, 그마저도 이 사실을 알아챈 B씨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B씨의 괴롭힘은 A씨의 자살 시도 이후 공장에서 쫓겨나면서 끝났다.

A씨가 “더는 노예로 살 수 없다”며 세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면서 모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성격이 밝았던 A씨가 불안해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여 회사 관계자들도 예의주시했다고 한다”며 “A씨가 폐쇄회로(CC)TV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자해를 하는 것을 곧바로 찾아내 다행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돌파구로 자살을 선택한 A씨가 유서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아챈 B씨는 유서까지 찾아내 불태우려 했다”며 “A씨가 상상 이상의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산경찰서는 최근 B씨를 상습공갈 혐의로 구속해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B씨는 유흥비와 도박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A씨에게 4천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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