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입은 태화장이 16일만인 20일 문을 열었다. 5일 장날에 태풍 피해를 입고 10일과 15일 두번의 장날을 건너 뛴 것이다. 이번 장날에도 모든 상인들이 나온 것은 아니고 매출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완전한 복구는 멀었다. 특히 태화장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우정시장은 더 썰렁했다. 아직 복구작업이 진행중이어서 작업차량이 들락거리느라 노점상을 펼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장을 찾은 상인이나 손님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상황을 살피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노점상인들은 점포를 가진 상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면목 없어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상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손님들도 하나같이 힘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매상은 태풍 이전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전통시장 특유의 정을 엿볼 수 있는 하루였다.

때마침 수해복구 기간에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차 노사는 이날 태화장을 찾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장을 보기도 했다. 현대차는 임협에서 온누리상품권을 5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울산공장에서만 159억원에 이른다. 중구청도 이날 구내식당을 휴업하고 태화장과 우정시장 내 식당을 이용하도록 해 400여명의 공무원들이 시장을 찾아 식사도 하고 물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시름에 잠긴 이들 상인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전 재산을 날려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인들이 손해를 만회하려면 수해 복구 자원봉사 이상으로 많은 주민들과 기업들의 관심이 계속돼야 한다.

자치단체도 태화장에 대한 주민들의 높아진 인지도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음에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길들여진 젊은 사람들의 발길을 돌릴 계기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기가 기회라 하지 않았던가. 특히 수해복구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은 전통시장에 대한 끈끈한 정도 생겼을 것이다. 이는 전통시장에 대한 매력을 새롭게 인식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상인들 스스로도 장을 재개한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제품의 질과 서비스 향상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상인­자치단체­지역주민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분명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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