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8000호에 부쳐

1989년 5월15일 창간호를 발간한 경상일보가 오늘로 8000번째 신문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27년5개월여만입니다. 부침이 없지 않았으나 공휴일 외에 불가해한 휴간 없이 쉬지 않고 달려온 세월입니다. 본보는 울산 지역 신문의 역사입니다. 울산은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어온 산업수도이지만 본보가 창간하기 전, 언론에 있어서는 변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후발 신문사들이 속속 생겨났으나 맏형의 자리를 내어준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1만호, 2만호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도 맏형의 책무와 사명을 다할 것을 조용히 다짐합니다.

언론환경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특히 경기침체에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지역 신문의 애로가 가중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종이신문이 머잖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보고서 ‘신문인쇄의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일반인 1031명을 대상으로 ‘종이신문은 언제 사라질까’라는 조사(2015년 10월)를 한 결과 △10년 이내 35.4%, △20년 이내 18.2%, △30년 이내 5%, △30년 이상 18.4%, △사라지지 않을 것 23%로 나타났습니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23%에 기대어 스스로 위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이가 아닌 또다른 형태의 뉴스산업은 더 풍부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변함없는 것은 여전히 신문이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릴 때부터 신문을 읽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포브스가 400명의 억만장자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첫 직업이 신문배달부였으며 아이디어의 단초를 얻은 매체도 신문이었습니다. 신문의 위기를 단언하는 2010년대 들어서도 세계 성인인구의 45%인 27억명이 여전히 종이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세계 일간신문 발행부수는 5억8900만부에서 6억8600만부로 오히려 16.5%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기회입니다. 어렵더라도 불편부당(不偏不黨) 언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27년전 본보는 △지역 발전의 기수 △정의 실현의 선봉 △문화 창달의 주역을 사시로 내걸고 창간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언론의 사명을 지켜나갈 때 비로소 독자들이 언론의 품위를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지령 8000호를 내는 오늘 창간정신을 되돌아보고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을 것을 독자와 울산시민 여러분에게 약속합니다.

지난 50여년 가파르게 성장가도를 달려온 울산은 이제 성장정체에 직면해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합니다. 제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서비스산업의 활성화가 시급해졌습니다. 세계적인 도도한 물결인 4차산업혁명의 대열에서도 낙오하면 안 됩니다. 본보는 지역발전의 기수로서 신성장동력의 모색에 앞장설 것입니다.

또한 정치권력에 아첨하지 않고 독자를 두려워하며 정론직필(正論直筆)하겠습니다. 단순한 정보지가 아닌 언론의 사명을 다하려면 보고 들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을 넘어 진실을 담아내야 합니다. 여론을 수렴하며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서 울산이 나아갈 올바른 미래를 제시할 것입니다. 정의실현의 기수로서 모자람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의 울산, 그의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패러다임을 확 바꾸어야 할 시점입니다. 본보는 지난 27년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울산을 ‘따뜻한 희망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소임으로 삼을 것을 다짐합니다. 착하고 올바른 사람을 격려하며,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승리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그들과 더불어 따뜻한 신문을 만들 것입니다. 독자와 울산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