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 임원들의 이달 급여가 10% 삭감돼 나갔다. 이사대우급을 포함한 1000여명 임원들의 자진 삭감이다. 울산에서도 현대차 울산공장을 비롯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의 임원 70여명이 동참했다. 현대차는 “안팎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 사업환경 등도 구조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임원들이 솔선수범 차원에서 먼저 임금을 줄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임원들의 임금 삭감은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있었다. 현대차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금융 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현대·기아차의 1~9월 전세계 판매량은 562만1910대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감소한 것이다. 이같은 역성장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만이다. 지난달 현대차의 판매량은 38만7302대(내수 4만1548대, 수출 34만5754대)로 전년대비 2.0% 감소했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대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타면서 9월에는 32%대까지 떨어졌다. 26~27일 발표 예정인 현대·기아차의 3분기 실적이 국제회계기준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하게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대차는 임원들의 임금 삭감 발표를 다음달부터 판매 예정인 신형 그랜저IG의 공개와 날짜를 같이했다. 이는 위기인식과 더불어 그랜저IG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위기극복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내외 악재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유가하락 등으로 브라질과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이 크게 축소됐다. 미국시장도 GM 등 빅3가 구조조정에 성공하면서 시장우위를 점하고 있는데다 엔화 약세로 일본차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시장의 악재는 아무래도 노사관계를 꼽을 수밖에 없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24차례의 파업과 12차례의 특근 거부로 14만2000여대 3조1000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같은 노조의 행태에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기업 노조로서의 사회적 책임감도 엿볼 수 없다. 국내 최고 연봉의 현대차 근로자들이 오로지 ‘임금인상’ 외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노조의 이같은 태도가 계속된다면 임원들의 임금삭감을 통한 위기극복 의지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 악재와는 달리 국내 악재는 극복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극복은 위기인식에서 시작된다. 임금 삭감이나 비용절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위기에 대한 근로자들의 공감대 형성이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어지기 전에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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