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울산시의 내년도 국비지원액은 정부안에서 역대 최대 금액인 2조3159억원이 편성됐다. 전년 최종 확보액에 비해 56억원이 증가하긴 했으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이 절실하다. 위기에 직면한 조선해양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으며 최근 발생한 지진·태풍 등의 재해 대비를 위한 안전관련 예산 확보도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국회에서 증액을 해야 하는 항목이 30여건에 이른다.

특히 울산은 정부안이 확정된 지난 8월 이후 예상 밖의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과 지진가속도 계측기 설치, IoT기반 태화강 홍수예방 시스템구축, 회야댐 개폐식 수문설치, 배수펌프장 원동기 교체와 증설, 폄프장 유수지 준설, 우수박스 설치 등 안전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15개 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이 필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지진 발생가능성이 높은 도시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달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와 몇해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폭설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예방도 시급하다. 시민들은 이번 겨울에 또 재해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매우 크다. 정부안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예산 증액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울산시는 예산국회가 열리는 동안 지역국회의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국회에 머무르고 있다. 김기현 시장은 상임위원실을 일일이 방문해 국비지원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역국회의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억지성이 아닌 적확한 논리 개발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국회다. 말이 예산국회이지 최순실 파문으로 인해 파행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27일 열린 예결위는 최순실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입으로는 ‘예산 심사 본분에 충실하자’고 하면서도 최씨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비서진에 대한 청와대의 자체조사 여부와 최씨의 소재파악을 촉구했다. 최씨 파문이 국정 블랙홀이 된 모양새다. 제대로 심의도 못하고 시일에 쫓겨 어영부영 정부안을 통과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산심의 일정은 불과 한달 남짓 남았다. 28일까지 종합정책질의를 한 뒤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나흘간 부별심사, 11월7일부터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30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법적 시한은 12월2일이다. 내년 국가 예산은 400조원에 이른다. 최씨 파문이 최대현안이긴 하지만 정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예산심의는 국민의 안위가 달린,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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