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실세’ 모임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선 모임의 핵심 멤버로 거론되는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의 행적이 묘연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연락이 두절돼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최순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장기간 몸을 숨기기로 한 것 같다는 추정도 나온다.

28일 베이징 소식통들에 따르면 차은택 전 단장은 이달 초 일부 매체와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드라마를 제작 중이라고 밝힌 뒤 최순실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신호가 가던 그의 휴대전화는 지난주부터 꺼져있는 상태다. 또한, 중국 현지 연예기획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그를 봤다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차은택 단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국에 들어온 지 두 달 가까이 됐으니 한국인이 많은 베이징 같은 대도시보다는 소도시로 옮겨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현재 소재 파악이 안 되는 상황으로 중국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 내 광고 관련 관계자는 “차 감독이 어디 있는지 모르며 이쪽 광고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봐도 그를 봤다는 사람들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베이징에 있는 거 맞느냐”면서 “여기 있으면 어떻게든 꼬리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고, 중국에서 한국 문화 관련 사업을 하는 관계자는 “차 단장이 영화나 광고 촬영하러 중국에 왔다 갔다 한다고는 들었는데 근래 중국에서 본 적 없으며 주변 인사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국 검찰은 독일과 중국에 각각 머물고 있다는 최순실씨와 차은택 전 단장의 소재를 법무부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지내면서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문화 관련 사업을 따내며 다양한 잇속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그는 잠적하기 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화권력자’라는 세간의 지적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재단(미르재단 지칭)과 관련해 힘을 부린다거나 관여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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