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석유비축기지 지하화 공사 현장에 ‘안전’은 없었다. 지난 14일 원유 배관 폭발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현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안전 위반 사례가 32건이나 적발됐다. 원청과 시공사는 일부 공정에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작업했다. 차량이나 건설기계 등 운행에 아무런 계획서가 없었던 것이다. 보건관리자도 뒤늦게 선발했다. 안전에 관한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현장에는 안전표지판도 세우지 않았다. 어느 산업현장보다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국책사업의 현장에서 이처럼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예고된 ‘人災’였다.

원유 배관 이설 등 석유비축기지 지하화 공사는 전도나 추락 등 일반적인 산업재해는 물론이고 가스 제거 등 전문적인 안전점검을 하지 않으면 폭발의 위험성까지 따르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안전교육과 안전표지판 등의 가장 초보적인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 사업장의 안전에 관한 인식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안전매뉴얼을 제대로 지키면 사고 발생이 없다고 말한다. 안전교육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안전의식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표지판이나 안전모 안전화 등 가장 기본적인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기도 하지만 안전에 대한 긴장감이 없는 사업장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고현장에는 시공사와 발주처 안전관리 책임자가 없었다. 매우 위험한 공사를 하는 현장에 그날 사망하거나 다친 근로자 6명만 있었던 것으로 지난 23일 현장점검에서 드러났다. 완전한 안전불감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에 시작된 이 공사는 3135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2020년 12월 말 완공 계획이다. 전체 공정으로 미뤄보면 지금은 초반기에 해당된다. 초반기에 2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안전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이같은 상황에서 공사가 계속됐다면 더 큰 참사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발주처인 석유비축기지 지하화 공사 현장은 다른 어떤 공사장 보다 안전이 중시돼야 할 사업장일 뿐 아니라 안전의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국책사업 현장이다. 엄중한 처벌과 함께 철저한 안전대책 강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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