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2013년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석유비축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 지하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부지를 에쓰오일에 넘겨 주었다. 에쓰오일은 이 곳에 창사이래 최대 규모인 4조8000억원을 들여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하류시설(ODC)을 짓기로 하고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갔다.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국내 최대다.

2018년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폴리프로필렌(PP)을 연간 40만5000t, 산화프로필렌을 연간 30만t 생산할 수 있다. 울산지역에 발생할 부가가치가 1조1100억원에 이른다. 하루 2만여명의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조선업의 침체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울산경제에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울산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이 공사장에서 토목공사 중 부실시공과 조직적 은폐가 진행됐다는 하도급업체 직원의 내부고발이 있었다. 문제가 된 공사는 ODC의 핵심설비 중 하나인 반응기의 하중을 지탱하는 받침대 토목공사이다. 고발자에 따르면 1세트로 이뤄진 4개의 받침대 가운데 두번째 받침대의 위치가 잘못된 것이 검측 과정에서 드러났으나 이를 전면 재시공하지 않고 해당 받침대의 콘크리트를 잘라내고는 구멍을 내서 철근을 심는 방법으로 부실시공한 것이다. 외형상으로 표가 나지 않지만 공장이 가동된 뒤 반응기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최악의 경우 받침대가 붕괴되고 반응기가 쓰러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내부고발자의 말이 90% 이상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원청업체측의 말대로 “준공이 되기 전에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고발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수년 후에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안전은 경제활성화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새로운 일자리가 수만개 만들어지고 부가가치가 수천억원이 발생한다고 해도 폭발사고의 위험성을 감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확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처벌해야 한다. 아직은 토목공사를 하는 과정이므로 2년여 남은 공사과정에서 더 이상의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반드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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