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28일 공개됐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중학교 역사 1·2, 고교 한국사 등 3종의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면서 “현장 검토본에 대한 여론 수렴이 끝나는 다음 달 23일까지 국정 역사교과서의 향후 현장 적용 방안을 결정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당초 내년 새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중·고교에서 새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게 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동력을 상실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지금의 정국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부터 국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에 대해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의 교원·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 가치에 위배되고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교과서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국정교과서를 보면 현대사 부분에서 대한민국 건국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북한을 부정적으로 기술한 부분이 대폭 늘어났고,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는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기존 검정교과서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좌편향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반면 국정교과서는 우편향성이라는 논란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상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역사 문제를 정부가 단일교과서에 담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정권이 보수와 진보로 바뀔 때마다 역사기술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교과서를 채택하느냐와 상관없이 다양한 역사의식을 가르칠 필요도 있다. 교과서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 인식과 교수법의 문제라는 말이다.

전국의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대체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많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수성향의 김복만 울산시교육감만 국정교과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날 현장검토본 공개에 앞선 주례 간부회의에서 “기존 8권의 한국사 교과서는 오류가 많고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교육부에서 국정화 교과서와 관련해 한달 정도 의견수렴을 거친 뒤 오류가 없다고 판단하면 학생들에게 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김교육감의 소신에 대한 찬반을 떠나 현 시국이 국정교과서 채택을 섣불리 강행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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