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이 2018년이면 울주라는 이름을 얻은지 1000년이 된다. 고려 현종 9년(1018년) 지방세력 통제를 목적으로 특별행정구역을 정비하면서 울주라는 지명이 첫 등장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고려에서 울주군(蔚州郡)으로 고쳐 현종 9년(1018)에 방어사를 두었고, 조선 태조 6년(1397)에 비로소 진을 설치하고 병마사로서 지주사(知州事)를 겸하게 하였는데, 태종 13년(1413)에 진을 폐지하고 지울산군사(知蔚山郡事)로 고쳤다’라고 적고 있다. 울주는 울산이란 이름에 비해 400여년이나 앞선다. 우리나라에는 1000년 지명을 이어온 지역이 적지 않지만 ‘울주 1000년’을 결코 소홀히 넘길 일은 아니다. 유구한 역사는 주민들의 자긍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0년의 저력이 앞으로 1000년을 맞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확고한 흔적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울주군은 정명 1000년 사업을 2015년부터 발빠르게 시작했다. 울주경관실록을 만드는 준비를 하고 있고 2016년 11월에는 울주 정명 천년 뿌리 찾기 학술심포지엄도 가졌다. 또 30일 ‘울주 정명 천년 상징조형물 제작·설치’도 결정했다. 설치 장소는 새로 짓고 있는 울주군청사(청량면 율리)로 정하고 있다. 사업비가 무려 18억원이나 된다. 내년 초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11월 설치를 끝낼 예정이다.

상징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보다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설치장소를 군청사내 공원·녹지로 한정할 일은 아니듯 하다. 예산으로 미뤄 울산에서 설치하는 조형물 가운데 가장 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진행비와 설치비를 제외하더라도 사업비에 걸맞는 조형물을 만들려면 규모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청사가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조형물의 개념을 공원 한가운데 세워두는 조각품에 한정할 이유도 없다. 건축물이나 월메모리얼(기념벽)이 될 수도 있다. 분수나 다리 등 실용성을 갖춘 기념물도 가능하다.

더구나 울주라는 지명이 지금의 울주지역에 한정된 이름도 아니다. 흥려부를 잇는 공화현과 동래현, 언향현(언양), 기장현을 합쳐 울주라고 했다. 인종 21년(1143년) 동래와 기장, 언양이 분리되고 태종 13년(1413년) 울주가 울산으로 개편됐다. 그러니까 울주가 그 이름을 이어갈 뿐 공간적으로는 사실상 울산의 옛이름인 것이다. 울주라는 이름의 상징성을 인정하더라도 울주군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십수억원을 들인 조형물을 지역주민이나 외지 방문객들의 접근이 어려운 군청사 공원에 가둬 둘 이유가 있는지 곰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단편적으로 기념사업을 늘어놓을 일도 아니다. 내년에는 ‘정명 1000년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군청사 개청과 더불어 울주군의 새역사를 향한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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