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신춘문예 예심 치러...588명 1916편 작품 접수
지난해 절반 수준만 통과...내년 신년호에 당선작 발표

▲ 본사 신춘문예 응모작품 예심이 3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경우 기자 woo@ksilbo.co.kr

2017년도 경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가 지난 3일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올해 본사 신춘문예에는 총 588명의 문학도들이 1916편의 작품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57명의 작품 165편이 본심으로 넘겨졌다.

각 부문별로 접수된 작품 수는 시 949편(204명), 시조 223점(52명), 소설 86편(76명), 동화 71편(69명), 동시 535편(135명), 희곡 52편(52명) 등이다. 이 중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시 20편(5명), 시조 65편(12명), 소설 8편(8명), 동화 10편(10명), 동시 53편(13명), 희곡 9편(9명)이다.

총 611명에 1877편의 작품이 접수됐던 지난 해와 비교할 때 올해 참가 인원은 소폭 줄어들었으나 전체 접수 작품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다만 올해 본선 진출 인원과 작품 수 모두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그 어느 해 보다 엄격한 사전 심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분석된다.

본사는 이달 중에 최종 심사위원들을 초빙해 엄정한 심사를 갖고 내년 1월1일 신년호에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문별 예비심사위원들의 평을 정리한다.

노인의 性 소재 유난히 많아
◇소설(권비영·우광훈)

소설가를 열망하는 사람들은 머리 속에 자신만의 것이라 믿는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그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풀어내는 것이 소설가의 1차적 능력이라면 이번 응모작들은 그 기준에서는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소설이, 특히 단편소설이 단순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아니라는 전제 앞에서 대부분의 응모작은 이야기로 끝이 난다. 더러 몇 편은 동화로 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는 유독 노인의 성(性)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100세 수명을 앞둔 이 시대에 우울한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또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고발성 소재는 여전하다. 이야기가 아닌 메시지를 가진 소설을 찾는 과정에서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응모작 수준 예년과 비슷
◇시(김경주·김근)

응모작 수준은 예년과 비슷했다. 언어에 대한 고민보다는 시를 안이하게 생각하고 접근한 작품, 감정에 앞서 시가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다. 감각의 구체성보다 추상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가공되지 않은 일상이나 감정을 그대로 노출한 시들은 심사과정에서 걸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 몇 편의 시는 시의 구조와 섬세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 돋보였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참신한 비유와 탄탄한 언어의 힘을 통해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오랜 고민한 흔적들 반가워
◇시조(강현덕)

시조는 시와 율의 팽팽한 줄다리기다. 시는 있는데 율이 없다면 3장6구12음보라는 본질에 담을 수 없어 시조가 안되고, 율은 있는데 시가 없다면 문학이 되지 못한다. 올해 투고작들은 시조의 형식을 가지지 못해 시조가 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형식만 생각하다 시를 놓친 작품들이 많았다. 다만 시대적·역사적 상황인식을 위해서나 미적탐구를 위해서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보이거나 상당 시간 시조가 가져야 할 가치를 작품 속에 잘 녹여낸 작품도 많아서 반가웠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 적어
◇동화(한아·이지현)

늘 볼 수 있던, 동물이나 식물을 의인화 한 동화, 폐지 줍는 할머니, 생활고를 겪는 아동과 가족 등 현실의 모습이 반영된 작품들이 많았다. 더러 낯선 작품들이 있었지만 처음 보여준 참신한 발상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거나 주제의식이 약했다. 옛 이야기의 서술 방식을 차용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새로운 시도로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현대적인 해석이 부족한 작품도 많았다. 돌이 많지만 반짝이는 것은 적었다. 그래도 반짝이는 것들 중에는 눈여겨 볼만한 작품을 만났다.

소재 풍부하지만 화자 한정
◇동시(남은우)

‘동시=동심’이라는 전제를 놓고 모든 작품을 찬찬히 읽었다. 가족, 이웃, 학교, 학원, 자연, 동식물, 환경, 역사, 바둑, 다문화 등 광범위한 소재의 작품들이 쏟아졌다. 소재의 홍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동시들이 아이 화자, 할머니 얘기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기대하던 시국을 반영한 작품은 없었다. 좋은 동시가 뽑히기를 기도하며 13명의 동시를 본심에 올렸다.

어지러운 세상 반영작 다수
◇희곡(오세혁)

세상이 가뜩이나 복잡하고 어지러워서인지 그런 광경들에 대한 작품이 많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해일 것이다. 작품 한편 한편 마다 엄청난 분량의 말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세상에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 말을 어떤 연극적 상상력으로 뿜어내는가, 이 두가지 기준을 통해서 빛나는 9편을 선정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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