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마침내 8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됐다. 9일 오후 2시4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다. 헌정사상 두번째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다. 탄핵안은 300명의 국회의원 중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국회의원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울산지역 국회의원 6명 중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과 무소속 윤종오·김종훈 의원은 탄핵찬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갑윤·박맹우·이채익 의원은 ‘고심중’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은 소신을 갖되 헌법정신을 따르고 지역의 민심을 대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이날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최씨 측근들은 국회 청문회 증언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오늘날의 참담한 현실을 자초했음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검찰은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규정했다. 이보다 더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대목은 일개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씨가 장차관·수석 인사에 개입하고 딸의 성적과 대학 입학, 개인회사 운영 등에서 엄청난 사리사욕을 챙기도록 대통령이 묵인 또는 협조한 정황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의 품위과 위상을 완전히 떨어뜨렸다. 국민들을 심각한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국민들은 이틀간의 청문회를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가장 중요한 증인인 최순실씨와 우병우 전 수석이 출석하지 않아 시작부터 맥이 빠진데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버티면서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 키웠다. 국회의원들은 증인들이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할 만한 자료도 없었고 질문도 날카롭지 못했다.

그나마 네티즌의 힘을 빌어 김기춘 전 실장이 “최씨의 이름을 못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고 털어놓았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네티즌들이 찾아낼 수 있는 자료를, 수많은 보좌관을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왜 못 찾았을까. 밤 늦은 시각이 아니라 청문회 시작 시점에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시치미를 뗄 수 없도록 했더라면 적어도 그간 김 전 실장이 이번 최순실 사태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돼 있었는지 명백하게 밝힐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크다.

국회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을 19일 다시 부르겠다고 한다. 7일 청문회는 출석대상 증인 27명 중 13명만 참석했다. 다음 청문회는 과연 최씨와 우 전 수석을 증언대에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황장애’라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유를 내세우는 최씨나, 얄팍한 법지식을 이용해 국회직원들의 동행명령장 집행마저 허탕으로 만든 우 전 수석이 반드시 국민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탄핵정국에서 국회가 국민이 원하는 제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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