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는 외국인 감독관과 가족들이 많다. 선박 건조와 해양플랜트 제작 기간동안 수주를 의뢰한 회사의 감독관들이 가족들과 함께 울산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몇년간 근무하다가 작업이 완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간다. 각 개인이 오랫동안 머무르지는 않지만 조선경기가 좋았던 지난 수십년간 평균 미국, 프랑스, 대만, 덴마크 등 세계 50여개국의 1100여명이 상주했다.

긴 인생에서 보면 울산에 머무른 기간이 잠깐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고아원후원회’를 통해 남긴 아름다운 마음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들이 고아원을 돕기 시작한 것은 1989년이다. 후원회원들은 들고났지만 단체는 27년을 이어오면서 고아원 아이들과 놀이동산도 방문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도 개최했다. 선물을 마련하고 마술쇼와 풍선쇼 등을 펼치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모습은 간혹 지역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는 감독관 가족들이 낯선 땅 울산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아원후원회라는 봉사단체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진다. 현대중공업의 불경기가 원인이다. 외국인 감독관이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봉사단체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2008년부터 8년이라는 오랜 기간 고아원후원회 회장을 맡았던 대만 국적의 바이올렛 우(Violet Wu)씨가 남편이 맡고 있던 덴마크 머스크사의 프로젝트가 끝이나 대만으로 돌아가게 된 것도 원인의 하나다.

고아원후원회의 활동중단은 울산의 경기침체를 말해주는 또하나의 척도다. 대부분 산업인력인 외국인의 숫자가 대폭 줄었다. 11월 말 현재 울산의 외국인은 2만3901명이다.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에는 2만6720명이었다. 14개월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해 2819명이 줄어든 것이다. 2010년 울산시 명예시민으로도 선정됐던 바이올렛씨는 “남편이 다시 현대중공업 프로젝트를 맡아 울산으로 돌아오고 싶다”면서 “그 때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의 경기가 되살아나 그녀의 바람이 조만간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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