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기침체로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탈울산이 가속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현대중공업은 15일 성남시청에서 강한구 현대중공업(주) 대표이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통합R&D센터 신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통합R&D센터를 성남시 백현지구 내 개발가용지 10만4792㎡ 가운데 일부에 새로 짓는다는 것이다. 그룹 내 연구소와 연구·개발인력들이 모두 이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완공은 202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산에는 현재 현대중공업의 R&D관련 인력이 거의 없어 인력 유출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본사가 울산인 만큼 그룹의 미래 신사업 창출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그룹 통합R&D센터가 울산에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 센터가 성남으로 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조선산업도시 울산’은 앞으로도 생산공장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두뇌가 없는 ‘조선산업도시 울산’의 미래가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이 센터가 성남시로 가게 된 것은 인근 용인시 마북리연구소와 가까워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등 입지조건도 좋았다는 것이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기술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하는 경영혁신을 선언한 것과 때를 같이해 성남시가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울산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은 세계적 조선도시다. 조선업의 경기침체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위기극복을 위해 조선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미래 경쟁력 향상에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울산시는 현대중공업 본관에서 ICT 융합으로 조선해양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K­ICT 조선해양 융합 선포식’도 가졌다. 박근혜 정부가 세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도 조선부문이 중심이다. KTX울산역세권에 들어서는 전시컨벤션센터도 조선해양부문으로 특화하기로 하고 국비지원을 끌어냈다. 그런데 성남시도 현대중공업 그룹 통합R&D센터가 들어서는 백현지구에 2022년까지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본사를 울산에 두고 있다. 조선 관련 중소기업들도 30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자칫 울산 조선업이 ‘속빈 강정’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대적인 분사를 단행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일부 공장과 인력이 울산을 떠난다. 로봇사업부에서 분사한 현대로보틱스가 내년 2월까지 대구 달성군으로 이전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의 통합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부산에서 출범했다. 힘을 모아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노사관계는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통합R&D센터 건립과 관련해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변화가 시급하다”면서 “제조업혁신의 키워드로 부상한 ICT를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 부분의 스마트화를 추진, ICT중심으로 사업운영 방식을 혁신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40여년간 현대중공업과 고락을 같이 해온 울산시와 현대중공업은 조선산업의 미래에 대한 어떤 전략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보다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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