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으로 본사를 옮긴 공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한국석유공사가 대대적인 경영구조개선을 추진하는 등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이를데 없다. 석유공사는 일찌감치 23층에 이르는 대형건물을 지어 이전을 완료했으나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사옥매각을 추진하면서 상징성이 많이 훼손됐다. 게다가 사옥매각도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 있어 석유공사의 경영합리화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다행히 3번째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나타났다. 이제 우선협상대상자인 코람코자산신탁이 2200억원에 이르는 매매가를 조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석유공사는 사옥매각이 이뤄지면 재무구조가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옥이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5년간 임대해서 사용하다가 다시 매입한다는 석유공사의 계획으로 미뤄 재무구조 개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이런 와중에 석유공사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문제삼고 나섰다. 올해 초 부임한 김정래 사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현대그룹 출신의 측근과 고교 동문 등 4명을 고문(3명)과 본부장으로 채용해 억대연봉을 주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전문계약직인 이들 4명 가운데 2명은 비공개 채용됐고 채용계획 수립 당일 또는 익일에 채용대상자로 확정됐다면서 낙하산 인사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사장퇴진을 결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전체 조합원의 92%가 찬성했다고 한다.

회사측은 보유자산에 대한 합리화 전략수립, 공사리스크 현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 및 재무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민간 전문가를 채용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의 업무상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경영상의 판단이다. 그러나 고용과정이 불투명해 직원들이 의구심을 가지도록 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영합리화를 위해 지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사옥을 매각해야 할 만큼 가야할 길이 멀고도 바쁜 석유공사가 아니던가. 이같은 논란으로 구조 개선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선 고문과 본부장 채용에 대해서는 명명백백 사실을 가려야 한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원칙대로 되돌려 놓은 다음 책임을 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공연히 노사 대립의 빌미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울산에 또하나의 대형 분규사업장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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