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시장이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4명이 오는 27일 집단으로 탈당하겠다고 밝힌 21일 김 시장은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물 중심의 계파보스 정치를 청산하고 가치 중심의 민주정당을 만들어 참된 보수의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서라면 가시밭길이라도 가야한다”라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범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 시장의 탈당 시사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의 분열이 울산지역 정치에 직접적 영향력으로 다가온 셈이다.

곧 닥칠 차기 대선과 관련한 지형변화는 물론이고 기초단체장과 시·구의원의 동반 탈당에 따라 울산의 정치 지형은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같은 지역구의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정치는 물론이고 지역행정에까지 혼란이 야기되지 않을 지 걱정이다.

현재 울산지역에서 새누리당 탈당을 분명하게 밝힌 정치인은 강길부(울산 울주) 국회의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곧 김 시장의 가세와 함께 안효대(동구당협위원장) 전 의원도 탈당열차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분명한 입장표명이 없었던 이채익(울산 남구갑)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했다. 정갑윤(울산 중구)·박맹우(울산 남구을) 의원과 함께 3명의 국회의원은 새누리당에 남는다. 윤두환(북구당협위원장) 전 의원도 잔류한다. 6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4개 지역구, ‘보수신당’이 2개 지역구로, 울산의 보수가 나눠질 전망이다.

기초단체장들은 아직 뚜렷하게 의사표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지역구의 국회의원과 다른 선택을 할 단체장도 없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정당이 갈라지면 행정의 혼선은 불가피하다. 지방의원들도 일부 탈당이 예상된다. 보수간의 파벌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지방의회의 보수가 분명하게 두갈래로 나눠질 경우 의정의 혼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실리만 좇는 어정쩡한 동거보다 정치적 신념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낫다.

이제 시민들도 잔류냐 탈당이냐 보다 보수의 혁신을 위해 누가 얼마나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보수 성향 정당의 분당(分黨) 사태가 처음이듯 울산지역 사회에서도 매우 낯선 풍경인 보수의 분열, 차기 대선정국은 물론 차기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우리 정치인들이 보수층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두려워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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