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의 올 한해 근로손실일수가 10년만에 최대치라고 한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12월7일 현재까지 울산지역 근로손실일수가 53만8526일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손실일수를 통계로 잡기 시작한 2006년이래 가장 많다. 2006년의 근로손실일수는 31만7059일이었다. 지난해(9만8279일)와 비교해도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외에 노사분규가 지역경제에 미친 나쁜 영향이 심각한 한해였다는 사실이 한눈에 드러난 것이다. 노사가 마음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해도 쉽지 않은 시국에 10년래 최악의 길을 걷고 있는 노사관계, 분명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참여 근로자수’에 ‘파업시간’을 곱한뒤 ‘1일 법정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노사분규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쉽게 말해 올 한해 울산지역 노조의 파업이 예년에 비해 유난히 많아 사회적 손실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근로손실일수가 많은 해로 기록된 데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12년만의 전면파업을 비롯해 모두 24차례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단일 사업장의 근로손실일수만 따져도 51만3605일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의 근로손실일수는 1만5918일이다.

이들 두 회사의 잦은 파업은 우리나라 전체의 근로손실일수도 높여 놓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지난 9월까지 근로손실일수가 105만9000일에 달했다. 이는 최근 10년동안 근로손실일수가 가장 컸던 2008년의 80만9000일을 넘어선 것이다. 현대차가 우리나라 근로손실일수를 높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조선3사와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공공부문의 총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던 것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원만한 노사관계는 저성장과 침체 국면에 접어든 우리 경제 회복에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울산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20~22일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 중에 있어, 가결될 경우 파업이 더 늘어날 것이란 추정은 어렵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울산지역에 미치는 사회적 손실이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조합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가 울산의 경제 회복과 노사관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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