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장나누기가 마무리 돼가고 있다. 김장을 담가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줬다는 미담기사가 신문 지면에서 대폭 줄었다. 김장나누기는 매년 11월말부터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많은 지면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따스한 풍경이다. 그런데 그 많은 김치들이 다 어디로 전달됐을까. 김치를 받은 이웃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을까. 그다지 필요도 없는 김치를 자꾸 가져다 안기는 건 아닐까. 의구심이 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김치통들이 복지관으로, 시설로, 가정으로 찾아갔다.

올 한해 사회단체, 기업, 공공기관 등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담근 김치는 얼마나 될까. 대개는 김치를 포기 또는 김치통으로 표기하는데다 심지어 금액으로 나타내는 곳도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계량화하기는 어렵다. 김장을 받아서 나눠준 연계기관들이 집계한 대로 나타내면 3만2970포기, 638박스, 3800㎏, 200만원어치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공식적인 복지시설과 사회단체, 구청 등을 통해 전달된 것만 합친 것이다. 대개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한개씩 나눠준다고 보면 대략 7612박스(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집에 한통씩 전달할 경우 울산지역 전체가구(42만3000)의 1.8%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김장이 필요한 곳에 고루 나눠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규모가 크고 많이 알려진 시설에서는 김치가 남아돌고 시설과 연계가 돼 있지 않은 가정에서는 넘쳐나는 김장나누기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한 시설에서는 김치가 남아서 다른 시설로 나눠주기 위해 애를 써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대규모 시설에서 소규모 시설로 재분배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김장나누기 전담창구가 필요하다. 사회복지협의회 차원에서 매년 돌아가며 전담창구를 지정해 수고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배분의 효율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된다는 신뢰가 생겨 김장 담그기 행사를 하는 단체의 만족도도 높일 수가 있다. 또 김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경우에는 다른 물품 후원으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복지시설들은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김장 외에도 난방관련 제품과 내복 등의 겨울 의류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치 소비가 적은 노인들만 있는 가정에서는 김치보다 내복을 훨씬 더 선호한다. 김치에 집중된 지원을 조절해 겨울제품으로 확대하면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나눔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신뢰도는 그에 비례해 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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