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발생한 후기 일반고 고입선발고사의 혼란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지난 16일 울산지역 18개 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중학교 3학년 9749명이 응시한 가운데 치러진 시험에서 수험번호가 중복되는 오류가 있는가 하면 답란이 없는 OMR카드(컴퓨터 채점용 답안지)가 수험생들에게 나눠졌다고 한다. 중요한 시험을 치는 학생들이 번호가 매겨지지 않은 OMR카드를 받아들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김복만 교육감은 이와 관련해 “변명의 여지가 없이 교육청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당연하다.

고입시험이 탈락률이 낮아서 크게 어려운 시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370명의 수험번호가 중복되는 현상이 발생해 수험번호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수험생들이 바쁘게 고사장내 시험장소를 옮겨다니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심지어 다른 고사장에서 시험을 칠 수밖에 없었던 학생도 있었다. 시험시작 시간이 10분이나 늦춰지기도 했다. 또한 2교시에는 1~5까지 숫자가 적혀 있어야 하는 답란이 텅 비어 있는 OMR카드가 배부돼 결국 엉뚱한 답안지로 시험을 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교육청 기강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21일 울산시의회 최유경 의원은 “울산관내 18개 고사장 중에서 2교시 시험을 70분동안 정상적으로 치른 고사장은 13곳, 74분 또는 75분 동안 친 고사장이 각 2곳, 15분동안 시험을 치른 고사장(1곳)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사장마다 시험시간이 다르다는 것은 시험의 공정성을 위배한 것이다. 70분이 주어져야 하는 시험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됐다는 것은 믿기가 어렵다. 저간의 사정이나 사실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해 문제가 있었다면 대충 넘어가서는 안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우선은 피해를 입은 학생에 대한 구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교육청은 22일 “답안표기 실수가 명백한 것이 확인된 학생은 정상적으로 마킹한 것으로 보고 점수를 산정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해결책이라 하기 어렵다. 확인의 주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계 고교 정원(9140명)을 초과한 578명은 탈락자가 돼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 학생 구제와 함께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이같은 문제를 초래한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다. 인쇄업체의 선정과정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점검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다. 두번다시 재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육행정의 신뢰를 재정립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