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특미가 부족하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등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 없다는 것이 관광산업의 약점으로 꼽힌다. 그나마 근래 개발된 먹거리 가운데 ‘고래빵’이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역특산물을 이용해 독특한 맛을 낸다는 장점도 갖고 있어 울산 특미로 발전시켜 나갈 가치도 충분하다.

울산지역에서 나오는 고래빵은 울산고래빵, 단디만주고래빵, 장생포고래빵 등 3가지다. 이들 고래빵은 생산업체도, 맛도, 모양도 각각 다르다. 울산고래빵은 동네빵집들의 모임인 울산제과지회가 2014년 개발한 빵이다. 울산특산물인 미역과 배, 미나리 등을 가미했다. 장생포고래빵은 2008년 장생포 고래특구에서 장사를 시작한 한 개인 빵집에서 만들었다. 울산배로 만든 과즙과 단팥이 들어 있다. 단디만주고래빵은 2012년 청년창업센터의 지원으로 탄생했다. 무화과로 단맛을 내는 귀여운 귀신고래 모양의 수제만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자치단체가 이들 가운데 특정 업체를 선정, 지원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업체가 ‘짝퉁’처럼 비쳐질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울산시는 울산고래빵을 지원하고 있는가 하면 남구청은 2016 남구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단디만주고래빵을 보급형 부문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자치단체의 특정 업체에 대한 섣부른 지원이 3개 고래빵의 고른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다른 맛의 고래빵 개발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근래들어 전국 곳곳의 빵이 지역 특미로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빵은 이동과 먹기가 간편하고 선호하는 소비자층의 폭이 넓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빵이 많다. 경주 황남빵이나 통영 꿀빵 등은 이미 생산업체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의 브랜드로 널리 인식돼 있다. 반면 전주 풍년제과의 초코파이, 대전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 군산 이성당의 야채빵 등은 특정 제과점에서만 생산하면서도 지역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고래빵은 이들에 비해 늦게 출발한 만큼 이들과는 또다른 성장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고래빵은 개인 업체에 한정된 상품이 아니라 울산시의 먹거리 브랜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먹거리 브랜드 육성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자치단체가 중구난방으로 특정업체를 선정,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난립으로 인해 품질 저하가 발생한다면 모를까 제각각 특성을 갖고 품질을 유지한다면 어느 하나라도 도태시킬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들 3개의 고래빵 뿐 아니라 더 다양한 맛과 모양을 개발해 나간다면 고래빵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업체들이 먹거리 산업을 형성할 수도 있다.

자치단체는 특정업체를 선정, 지원할 것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을 분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래빵이라는 큰 범주에서 제각각 정통성을 가지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KTX울산역에도 고래빵 판매장이 입주할 예정이다. 특정업체가 들어갈 경우 다른 고래빵의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고래빵이 울산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신중한 고민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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