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폐기물 해양 투기를 줄이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런던협약에 이미 1993년 가입했다. 하지만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중단한 것은 2006년부터다. 건설공사 찌꺼기·하수·준설물 등을 시작으로 가축분뇨·하수찌꺼기(2012년), 분뇨·음식물 폐수(2013년), 산업폐수·폐수슬러지(2014년) 등 순차적으로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금지돼 왔다. 그러나 울산시의 대응이 이를 좇아가지 못해 하수관로 준설 슬러지의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울산지역 준설슬러지 처리업체 3곳은 지난 7일 슬러지 처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며 반입 중단을 선언했다. 슬러지의 수분 함유율이 85%를 넘어 매립에 부적절하다는 점과 매립장도 포화상태라는 것이 이유다. 슬러지의 함수율이 높으면 매립장의 지반이 불안정해지면서 붕괴위험이 커진다. 폐기물 관련법은 함수율 85% 이상의 폐기물을 매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립장이 부족해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2014년부터 폐기물 매립장을 구하지 못해 차량에 슬러지를 실어둔채 며칠씩 기다리기도 했다. 울산시의 연간 준설 슬러지는 4900t에 달한다. 슬러지 대란이 불가피하다.

울산시에서 하수관리과와 자원순환과가 각기 입장이 달랐던 것도 이미 2, 3년 전부터 예고돼 있던 슬러지 대란의 대응책을 빨리 강구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수관리과는 계속적인 매립을 주장해왔고 자원순환과는 매립에 부적절한 폐기물이라며 업체에 경고를 해왔다. 정책 조정 부재의 안일한 행정이 오늘의 사태를 키운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서야 울산시는 대전시의 슬러지 처리 방식을 본따 슬러지를 재생모래로 재활용하는 시설을 갖추겠다고 한다. 이 시설을 갖추는데는 10억원이나 든다. 내년 당초 예산편성이 이미 끝난 상황이라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다고 해도 2018년 하반기에야 겨우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의 ‘뒷북 행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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