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복구율 17% 불과...일부는 아예 시작도 못해

▲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율리 문수데시앙 아파트 인근 문수산 계곡에 조성된 산책로가 태풍 차바로 인해 무너져내린 채 아직 복구되지않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최악의 물난리를 몰고 온 태풍 ‘차바’가 울산을 덮친 지 12일로 100일째가 되지만 수마의 흔적은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00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물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었던 것이다. 특히 일부 지역은 여전히 폭탄을 맞은 듯 3개월이 넘도록 아수라장 그대로였다

울산 복구율 17% 불과
일부는 아예 시작도 못해
태화시장 상인 빚 내 재기
반천현대·태화시장 주민
수자원公·LH상대 손배소

◇일부는 아직도 복구손길 못미쳐

11일 찾은 울주군 청량면 율리 영해로 일대. 태풍 차바가 울산을 덮친 지 100일이 돼 가지만 이곳은 여전히 폭탄을 맞은 듯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산책로는 듬성듬성 끊어진 상태로 방치돼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산책로 양쪽에는 축대가 무너져 토사가 엉망진창으로 쌓여져 있었다. 가드레일 역할을 하던 기둥들도 무너져 내린 축대와 함께 내려앉았다.

차바가 마을을 덮치면서 유일한 진입로인 2차선 도로가 유실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울산 북구 대안마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시도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기존 도로는 여전히 유실돼 아래가 푹 파인 채 처참한 광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00일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청량면 율리, 북구 대안마을, 울주군 삼동면 등의 피해지역은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많아 언제 복구가 이뤄질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울산시에 따르면 태풍피해복구 대상 896건 중 완료된 것은 150건으로 피해복구율은 16.7%에 불과하다. 시는 총 1272억(국비 783억, 시비 177억, 구·군비 312억)을 투입해 울산지역 전체 태풍피해 복구에 힘을 쏟고있지만 피해주민들의 상처를 다독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대안마을이나 점촌교 등 완벽한 항구복구를 위해 설계단계·공사 발주중인 곳이 대부분이다. 최대한 빠른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또 풍수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상 복귀했지만 막막함 계속

태풍 차바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중구 태화종합시장. 태풍이 오기 전 속옷가게를 운영했다는 박문점(여·62) 상인회장은 최근에야 겨우 다시 일어설 준비를 마쳤다.

박 회장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미소를 잃지 말자고 되뇌이면서도 그때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1만3000원 하던 잠옷을 직접 세탁하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1000~2000원이라는 헐값에 팔았다. 흰색 속옷은 아무리 빨아도 지워지지가 않아 결국 못 팔았다”고 말했다.

한우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혜숙(여·63)씨도 처지는 비슷하다. 원래 보신탕집을 하던 그는 지난해 9월 말 업종변경을 결정하고 리모델링을 하는데 적지않은 돈을 썼다. 그러나 6일만에 차바가 가게를 덮쳤고 가게 안에 있던 대형 냉장고도 떠내려갔다. 결국 임씨는 2500만원 가량의 대출을 받아 한 달 전에 가게를 새로 열었다.

임씨는 “다시는 장사를 안하려고 했는데 돌아보니 빚더미에 앉아있었다”며 “한 번에 다 갚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태화시장 상인들은 박 회장과 임씨처럼 대부분 빚을 내서 가게를 다시 단장하고 장사를 시작하려고 일어섰다. 겉보기에 복구는 완료됐지만 상인들의 마음에는 아직도 물난리가 났던 그때가 못처럼 박혀있었다.

◇소송으로 일부 배상이라도…

차바 내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998가구)와 태화시장 주변 주민들은 K-water(수자원공사)와 LH를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K-water와의 보상협의에 사실상 실패한 반천현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피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인단을 꾸려 내달 울산지법에 손배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변호인을 선임해 놓고 있는 태화시장과 주변 피해 비상대책위원회는 중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난원인 조사용역이 끝나는 대로 LH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창환기자·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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