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경유해성 및 공기업의 도덕불감증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울산화력·고리원자력 발전소 소포제 해양 무단 방류 사건’이 최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일단락됐다. 배출허용기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디메틸폴리실록산 성분이 함유된 소포제(거품제거제)는 인체에 노출되면 호흡기 손상과 함께 태아의 생식 능력까지 해치는 무서운 독극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독극물을 해양으로 장기간 무단방류, 죄는 인정되지만 처벌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울산지검은 법률적 검토 끝에 “법 어디에도 디메틸폴리실록산에 대한 허용범위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허용기준치가 없다보니, 발전소들의 디메틸폴리실록산 사용이 얼마만큼의 해양오염을 일으켰는지를 법적으로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밝혔다. 소포제 성분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은 해양배출을 제한하는 ‘Y류’로 분류돼 배출 허용기준을 충족하면 제한적·예외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물질로 돼 있다. 검찰은 “법적 미비로 발생한 법위반으로 판단되는 만큼 죄는 있지만 전국 발전소 전체를 싸잡아 기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이며 공을 입법부로 넘겼다. 국회의 법률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울산 해경은 지난해 8월 울산화력이 유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 성분의 소포제를 해양에 무단배출했다는 사실을 확인,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이어 고리본부를 비롯해 당진화력, 인천 영흥화력, 부산 감천화력, 경남 삼천포화력 등 전국 대부분의 발전소가 장기간 해당 소포제를 바다에 배출해 온 것을 중시해 사법처리를 주도했다. 그런데 검찰이 기소유예함으로써 울산해경은 적지 않은 허탈감을 느낄 수 있겠다 싶다.

기소유예는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있는 경우라도 범인의 연령·성행·지능·환경·피해자에 대한 관계·범행동기·수단·결과·범죄 후의 정황 등 사항을 참작해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범죄인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자는 형사정책상의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형사정책면에서 합목적적인 사건처리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가 공소를 독점해 수행하는 우리나라 현행 형사소송법상 자칫 정치적으로 처리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2008년 제정된 해양환경 관리법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유해 액체물질’로 분류, 해양배출을 제한해야 하는 Y 물질로 명시해 이 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발전사들은 해양수산부가 구체적 용량 제한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방류하다가 해경이 단속에 나서자 유해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소포제로 교체했다. 법률적 모호성을 악용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해당 상임위 국회의원들도 하나같이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라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집중성토했다. 검찰로부터 받은 법률적 면죄부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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