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임단협 마무리’는 현대중공업이 설연휴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올 한해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원만하게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이라는 심각한 갈등상황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노사갈등으로 인해 조선경기 회복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우(憂)를 범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2018년을 세계 조선경기 회복기로 보는 전문가의 진단을 고려하면 올 한해는 대대적 체질개선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매우 비상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사측은 지난 19일 열린 임단협 73차 교섭에서 노조에 일괄 제시안을 내놓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용 보장’이다. 회사는 2017년 1년간 전 임직원의 기본급 20% 반납을 전제로 2017년 말까지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조선 업종 전체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다 수주절벽으로 심각한 일감 부족현상에 직면해 있지만 위기 극복에 있어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한다. 양보와 협력으로 다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면 머잖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회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상 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은 협의가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5월부터 약 8개월간 70차례가 넘는 교섭을 해왔기 때문이다. 회사측의 일괄제시안은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강환구 사장은 “주채권은행이 자구계획을 실천하라고 경고하고 있음에도 인력조정 대신 고용보장을 선택”한 것은 “배 한척 수주가 시급한 지금, 노사문제를 설 이전에 마무리짓고 힘을 모아 위기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단 한가지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것은 강사장의 진심을 노조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이다.

기본급 9만6712원 인상과 성과금 지급기준 완화 등을 요구한 노조가 기본급 동결이라는 회사의 일괄제시안에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회사안을 들여다보면 성과금 230% 지급, 약정임금 100%+150만원을 노사화합 격려금으로 지급,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 등 회사가 처한 현실에 비해 매우 전향적이다. 현대중공업은 1년 새 선박수주량이 34% 이상 급감했고, 해양플랜트 신규공사는 2년 이상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회사 신용등급은 2년 사이 4단계나 떨어졌다.

공은 노동조합으로 넘어갔다. 지금 조선업계의 상황을 보면 조합원들의 고통분담없이 위기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대변자인 동시에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설대목을 기대하는 지역소상공인들에 대한 배려 또한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다. 노조의 대승적 판단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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