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관광 활성화 위해 필요” vs “돌고래 학살행정 중단하라”

고래문화특구 장생포에서 돌고래 수족관을 운영하는 울산시 남구가 일본에서 돌고래 2마리를 들여온다.

2015년 8월 돌고래 1마리가 폐사한 이후 추진하려다 여론 악화에 밀려 잠정적으로 연기해 온 사업이다.

그러나 수족관 돌고래 폐사와 수입이 반복되는 데다, 그때마다 일련의 절차와 추진 상황을 감추려고만 하는 행정의 행태도 되풀이되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과 더불어 불투명 행정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남구 “관광 활성화, 문화·역사 계승…수입 불가피”

남구와 남구도시관리공단은 24일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에서 4∼5세 암컷 큰돌고래 2마리를 2월에 들여온다”고 발표했다.

돌고래를 사들이고 해상으로 수송하는 비용은 약 2억원이다.

암컷만 들여오는 것은 새끼 돌고래 출산과 폐사를 방지하려는 의도다.

현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는 수컷 1마리, 암컷 2마리 등 3마리의 돌고래가 있다.

남구는 돌고래가 5마리가 되면 3마리는 수족관에서, 2마리는 보조풀장에서 각각 사육한다는 방침이다.

남구는 돌고래 수입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고래 관광산업 활성화와 ‘고래도시’ 이미지 확립을 위해서는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1986년 고래잡이 금지 이후 쇠락한 장생포는 2005년 고래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관광도시로 도약 중이고, 2009년 개관한 고래생태체험관은 2015년 유료입장객이 90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표적인 관광시설이 됐다”면서 “현재 수족관 돌고래가 3마리에 불과한 데다 추정 나이 18살, 15살에 이를 정도로 노령화한 상태여서 추가 수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 환경부도 수입 절차 숨겨…동물학대, 불통행정 논란 재현

남구의 돌고래 수입 공식화로 동물학대와 불통행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고래생태체험관 개장 이후 수족관에서는 총 5마리의 돌고래가 죽었다.

남구와 남구도시관리공단은 이 가운데 3마리의 죽음을 숨겼다.

체험관이 개장할 때 들여온 4마리 중 암컷 1마리가 2개월여 만에 폐사했다.

남구는 2012년 3월 암컷 2마리를 추가로 들여왔는데, 이 중 1마리가 전염병으로 같은 해 9월 죽었다.

이 사실은 약 2개월 후 남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나 남구의 은폐 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3월에는 암컷 돌고래가 새끼를 낳았으나, 새끼는 수족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3일 만에 폐사했다.

당시에는 돌고래의 임신을 경사스러운 일로 여긴 남구가 출산까지의 전 과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덕분에 새끼의 죽음을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새끼를 잃은 어미는 이듬해인 2015년 6월에도 다시 출산했으나, 새끼는 이번에도 6일 만에 죽었다.

이어 8월에는 동료와 몸싸움을 하다가 다친 수컷 1마리가 패혈증으로 죽었다.

남구와 공단은 그러나 몇 달간 2마리의 죽음을 숨기다가, 2016년 1월 돌고래 2마리 수입을 발표했다.

당시 돌고래 2마리가 죽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공단은 “절대로 돌고래가 죽은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고 언론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공단은 “(수족관 돌고래 수용에 대한)여론이 나빠질까 봐 거짓말했다. 미안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불통행정은 이번 돌고래 수입 절차에서도 재현됐다.

이달 초 한 지역 언론사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돌고래 수입허가 절차 진행 여부를 문의했고, 해당 기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돌고래 수입 추진 사실이 남구를 통해 확인되자 낙동강유역환경청 측은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을 우려해 숨겼다”고 시인했다.

동물학대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 더 거센 저항과 불필요한 의혹을 자초한 셈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남구의 발표에 대해 “지자체가 공적자금으로 돌고래를 수입하면서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은 행정이 본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남구는 돌고래 학살행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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