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연 조사 중간결과 발표…“진원은 양산단층에서 갈라진 지류단층”

국내 최대로 기록된 지난해 9월의 규모 5.8 경주지진과 이후 발생한 560여 차례의 여진은 한반도 대지진 전조일까?

경주지진 발생 지역 조사 결과 경주지진과 여진을 대지진 전조로 보기는 어렵고, 계속된 여진으로 지층 응력이 해소되면서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어 같은 단층에서 규모 5.0 정도의 지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4일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에서 ‘동남권 지진ㆍ단층 연구사업계획 발표회’ 열고 이런 내용의 경주지진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질연은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1978년 국내 지진 계기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인 5.8 강진이 발생한 직후 지진피해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단층조사를 하고 잇단 여진을 모니터링하는 등 경주지진 발생 원인을 정밀 분석해 왔다.

경주지진의 진원은 양산단층에서 갈라진 지류단층이고 여진을 통해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번 발표는 경주지진 진원이 어느 단층대에 속하는지, 본진 발생 후 수개월째 규모 3.0 내외의 여진이 계속되는 것이 대지진 전조는 아닌지 등 궁금증에 상당 부분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최대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역인 동남권의 지진 안전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양산단층의 활동성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해 이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질연은 “한반도 동남권 지역에서는 제4기 단층 존재가 다수 확인돼 단층운동에 따른 지진재해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앞으로 이 지역에 대한 추가 정밀조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주지진 진원은 양산단층에서 갈라진 지류단층

지질연은 경주지진이 발생한 단층은 양산단층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단층이라고 잠정 결론지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경주지진의 진원에 대해 “양산단층이다”, “양산단층 서쪽의 모량단층이다”, “두 단층 사이에 있는 새로운 단층이다” 등 각기 다른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질연은 양산단층과 모량단층 사이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단층이 있고, 경주지진은 양산단층과 무명단층 사이의 지하 약 11∼16㎞ 부근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지층에서 북북동과 남남서 방향을 잇는 방향으로 70° 기울어진 형태로 엇갈리며 미끄러지는 단층활동이 일어나면서 경주지진이 발생, 지층에 폭과 길이가 각각 5km 내외인 단층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앙 주변 지표지질 현장조사에서는 경주지진과 직접 관련된 지표 단층운동이나 지표 파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진규모는 비교적 크지만 지하 10㎞ 이상 비교적 깊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경주지진이 발생한 곳이 새로운 단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양산단층 주변에는 규모가 작은 여러 단층이 있는데 그중 서쪽에 있는 단층 하나가 활동하면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 여진으로 안정화 진행 중…대지진 전조로 보기 어렵다

경주지진은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한 시간 안에 두 차례 연속으로 발생, 국내 지진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꼽힌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여진 규모가 급격히 작아지는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수개월 뒤에도 규모 3.0 내외의 여진이 계속돼 대지진 전조가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선창국 본부장은 “본진 이후 시간 간격을 두고 규모 3.0 정도의 여진이 발생한 것이 예외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여진을 통해 응력이 해소되면서 안정화가 진행되는 과정이 분명하다”며 대지진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경주지진을 일으킨 응력의 원인으로 2011년 3월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을 꼽는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그 영향이 한반도에 전달됐고 그 응력에 의해 경주 인근 단층대가 깨지면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지각판에 얼만큼의 응력이 있었는지, 경주지진으로 얼마나 해소됐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 본부장은 “경주지진과 여진에서 발생한 모멘텀 에너지를 분석해보면 전진과 본진, 일주일 뒤 발생한 4.5 여진 등으로 응력은 거의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발생한 3.0 정도의 여진은 해소된 에너지 일부가 주변 단층으로 전달됐다가 지진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진규모 5.0과 3.0은 수치상 차이가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 지진 에너지 차이는 매우 크다. 수백차례 발생한 여진을 모두 합쳐도 경주지진 에너지 전체의 2∼3%밖에 안 된다”며 “같은 단층에서 규모 5.0 정도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 양산단층 활동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추가 정밀조사 계획

이번 조사에서는 동남권에 밀집한 원전의 지진 안전성과 관련해 관심을 끈 양산단층대의 활동성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양산단층대의 활동성 여부가 중요한 것은 강한 지진은 대부분 크기가 크고 활동성인 단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양산단층이 활동성으로 밝혀진다면 한반도에서 강한 지진일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경우 규모 6.5∼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원전의 지진안전 대책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활성단층은 약 20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인 제4기에 활동을 반복했고 앞으로도 활동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의미하지만, 원자력 분야에서는 과거 5만년 안에 지진활동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활동성 여부를 판단한다.

지질연은 한반도 동남권 지역에서 제4기 단층의 존재가 다수 확인돼 단층운동에 따른 지진재해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며 추가로 정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제4기 단층이 있는 것이 맞지만, 과거 5만년 안에 활동한 활동성 단층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경주지진 발생 지역에 대한 지진관측, 정밀 지질조사, 탄성파 검사 심도 확대 등 지속적인 지진·단층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창국 본부장은 “활동성을 판단하려면 시굴과 연대측정을 통해 단층활동이 5만년 안에 일어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앞으로 양산단층대를 중심으로 정략적 분석을 정확한 단층활동 시기를 밝혀내고 지진재해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신뢰성 높은 정보를 생산,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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