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감염되는 헬리코박터균 가족간 감염 높아
치료하면 위암 등 발병 위험성 크게 줄어들지만
무분별한 제균 치료는 항생제 내성만 증가시켜

▲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관련해 상담 중인 신광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주요 발암인자로 규정된 헬리코박터균의 유무 및 균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절반 이상인 59.6%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고, 치료 성공률이 80%에 불과하다. 치료가 돼도 연 3%씩 재감염이 되는 현실에서 헬리코박터균을 꼭 없애야 하는지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현재로선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고,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해도 위암은 없어지지 않는다.

◇헬리콥터 모양의 ‘헬리코박터균’ 주요 발암인자

헬리콥터 모양처럼 생긴 헬리코박터균은 세계 보건기구에 의해 1994년 주요 발암인자로 규정됐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장점막에 서식하며 상피세포를 손상시키고, 증식 속도는 느리지만 염증을 잘 일으켜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등을 유발한다. 위염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면 위암 발병률이 3~5배 높아진다.

서양에 비해 동아시아에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을 때 위암 발병률이 높은데, 이는 동아시아지역의 헬리코박터균이 갖는 독성인자(Cag A)때문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어릴 때 감염되며 가족간 감염처럼 오랜 기간 접촉하면서 음식을 같이 먹는 등의 행동으로 사람 간 입을 통해 전염된다.

신광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면 십이지장궤양 및 위궤양의 재발률이 크게 줄고 위암 발생의 위험도 줄게 된다”며 “특히 위림프종의 경우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면 치료효과가 훨씬 좋아지고 궁극적으로 암이 치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위 말트림프종(변연부 B세포 림프종) △내시경절제술로 제거한 조기 위암 등의 경우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보험급여로 인정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여부는 내시경을 이용하는 방법(위점막 조직검사를 통한 신속요소분해 효소검사)과 요소호기검사, 혈액 내 항체검사, 대변 내 항원검사 등으로 알아낼 수 있다. 두 가지 항생제와 한 가지 위산분비 억제제를 병합해 1주간 치료하면 80% 정도로 균을 치료할 수 있다. 1차 병합 치료에서 균이 없어지지 않으면 약제의 병합을 바꿔 다시 2차 치료를 하게 된다.

 

◇무분별한 치료는 항생제 내성만 증가시켜

국민의 절반이 몸 속에 위암 유발인자인 헬리코박터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환자만 보험급여로 제균치료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위암 발병률이 높은 일본은 정부에서 비용을 부담하면서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를 독려하고 있으며, 헬리코박터균 감염자가 많지 않은 유럽도 헬리코박터균 제균은 각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회 차원에서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적인 기능성 소화불량증,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을 가진 경우 등에 대해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의 범위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모든 환자에서 위암이 발병되거나 소화기 관련 증상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모든 환자의 치료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신 전문의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 인자이나, 검진 내시경을 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권장하고 치료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무분별한 헬리코박터균 검사 및 치료는 오히려 항생제 내성만 증가시켜 추후 제균 성공률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무증상의 위염 환자나 소화성 궤양 병력이 없는 무증상 환자,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대한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무증상 가족 구성원 등은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또 보험 기준 이외의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는 임의 비급여 치료로,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고 시 치료비용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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