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측량 않고 바닥만 다져 건축...곳곳 물 새고 균열…5년간 방치

세금 5천만원 미납·등기도 안돼...공사관련 서류 없어 횡령의혹도

어촌계, 전 전 어촌계장 고발

▲ 부실시공으로 준공 5년만에 철거 운명에 놓인 강양어촌계 활어구이직판장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주차장 부지에 기름때에 찌든 검은 흙이 불법매립(본보 24일자 7면)된 울산 울주군 온산읍 강양회센터에 대한 부실공사 정황이 드러났다. 벽이 갈라지고 물이 새는 등 건물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갤러리와 레지던스 공간 등을 만들려던 홍강갤러리 측은 철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전지원금 4억원을 투입해 지은 건물이 준공 후 5년간 한 차례도 이용되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처해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실공사 속속 드러나

지난 2011년 당시 공사를 주도했던 사람은 전전임 어촌계장이었던 황모씨였다. 황씨는 공사비 4억원을 주면 준공 즉시 회센터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강양어촌계에서 공사 전권을 위임받았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수조의 해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벽에 균열이 생기는 등 부실이 곳곳에서 확인돼 한 차례 보수 후 준공 승인을 받았다.

이후 어촌계장이 바뀌면서 황씨가 양도세와 형질변경부담금 등 5000만원을 미납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황씨는 각종 세금을 포함해 공사비로 4억원을 받아간 터였다. 결국 세금은 어촌계에서 대납했다.

세금 미납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촌계에서는 회센터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계측량을 하지 않아 회센터 부지 곳곳에 개인 소유의 땅이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회센터에 땅이 편입된 지주는 마을 일이라 나서지도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반대로 일부 부지는 마을 소유지만 개인 부지인 것으로 잘못 알고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설계업자는 “모래밭에 건물을 지으려면 파일을 박고 철근도 사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황씨는 공사비가 부족하다며 모래를 대충 고르고 30㎝ 높이로 콘크리트 타설 후 공사를 시작했다.

◇시공자 횡령 의심 정황

현재 주민들은 법원을 통해 회센터에 대한 재산재평가를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자체 조사를 통해서 총 공사비로 2억5000만원 미만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센터 건축 당시 황씨의 집도 동시에 신축공사에 들어가, 공사비를 횡령해 집을 지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민들은 회센터를 짓던 인부들이 황씨의 집을 오가며 공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공사계약서와 공사대금지불약정서 등의 서류가 하나도 없어 의혹이 짙다. 공사대금은 모두 황씨의 개인통장으로 입금됐지만 공사와 관련한 계좌이체 기록은 전혀 없고 현금인출 기록만 남아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재 소유주 앞으로 건물 명의변경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건물등기가 안된 사실도 확인됐다.

◇주민들 경찰청에 고소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추진 중인 홍강갤러리 측에서는 두 차례 안전진단 결과 사용불가 판정이 나와 리모델링을 포기했다. 2014년 당시 전세계약을 추진하던 업자까지 포함하면 총 세 차례 안전진단에서 모두 사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김형욱 홍강갤러리 관장은 “수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증거가 사라질까봐 철거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일이 길어질수록 비용부담이 늘어나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폐기물 불법매립 등과 맞물려 공사기간과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어촌계에서는 건물 철거비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어촌계는 총대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황씨를 고소하기로 하고 지난 19일 경찰청을 찾았다. 경찰은 관련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황씨는 ‘4억원은 전액 공사에 사용했고 폐기물 매립은 업자가 한 일이라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취재진이 연락했지만 전화가 착신금지돼 접촉할 수 없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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