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게놈 기반 바이오메디컬산업 선점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UNIST(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를 중심으로 정밀의료 맞춤산업 플랫폼을 구축, 1경원 규모의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내 타 지자체의 추격이 거세 선도 도시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술·학술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최근 ‘미래 맞춤의학·예방의학 분야를 선도할 대담한 도전’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정밀의료 서비스와 커뮤니티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회사 IPMC(International Precision Medicine Center·국제정밀의료센터)와 손잡고 세계 최초 세포치료 중심의 정밀의료 맞춤산업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로버트 하리리 박사가 참여하고 있는 IPMC측은 “파주시와의 협약을 통해 부지를 확정, 3~4년내 센터를 설립해 세계적인 정밀의료 연구를 수행할 글로벌 협동조합과 같은 역할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제시하고 있다.

반면 울산은 이제 겨우 바이오메디컬산업 육성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5월까지 진행되는 용역을 통해 게놈 기반 맞춤형 의료서비스 상품화와 마케팅 전략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지역 특성화 과제 및 유망기술을 선별·도출해 바이오메디컬산업의 육성 방안을 구체화하고 도출된 과제 및 유망기술별로 실행 가능성 있는 연차별, 단계별 시행 계획을 수립해 울산 바이오메디컬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UNIST 게놈연구소는 2014년 7월 설립 이후 굵직한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다. 범아시아인의 이동경로를 5만개의 유전인자로 분석한 바 있으며 한국에서는 최초로 수백 년 된 미라의 유전자 분석 연구를 했다. 최근에는 한국 국민의 대표 참조표준게놈지도인 코레프(KOREF)를 완성해 발표한 바 있다. 또 게놈 기술을 통한 미래 맞춤의학 산업을 창출하고, 첨단 게놈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인게놈프로젝트’ 및 ‘한국인 표준게놈’ ‘동물의 극노화’ 등 게놈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수행 중이며 국내 최대의 한국인 만명 인간 게놈사업도 2015년부터 울산시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2일 세계 최초로 공개한 약 8000년전 신석기 시대 고대인 게놈분석을 통한 현대 한국인의 조상과 이동 및 유전자 구성에 대한 연구결과는 그 중 백미로 꼽힐만 하다. 한발 앞선 과감한 투자로 UNIST 게놈연구소의 이같은 학문적 성과를 신속히 산업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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