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방문의 해를 맞아 울산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근래들어 대왕암공원과 태화강십리대숲 등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상징성에 있어서는 암각화에 미치지 못한다.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2기 뿐인 암각화 국보(147호 천전리각석, 285호 반구대암각화)를 모두 갖고 있는 도시다. ‘울산=암각화의 도시’인 것이다.

그런데 근래들어 관광객이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가 교량공사를 한 이후 굴착작업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2차선 중 암각화로 들어가는 방향의 차선이 패어진채 방치돼 있다. ‘걷기’를 즐기는 여행객이 늘고 있음에도 진입로에 인도도 없다. 대곡마을에서 암각화로 향하는 길도 유실된 곳이 많다. 관광객을 데리고 오는 여행사에 보상으로 현금을 줄 정도로 ‘울산 방문’을 독려하고 있으면서 울산의 대표적 관광상품에 대한 관리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사실 암각화 보존문제로 인한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관광자원화사업도 매우 위축됐다. 하지만 암각화는 울산관광에 있어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되는 자산임에 틀림없다. 보존문제 때문에 관광자원화를 늦출 이유는 없다. 보존과 관광자원화는 얼마든지 별개로 추진할 수 있다. 문화재를 훼손하는 관광자원화가 아닌데 주춤거릴 이유가 무언가. 특히 울산시가 ‘울산 방문의 해’를 계기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 암각화관광자원화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은 시급하다. 암각화의 관광자원화를 기초단체별로 제각각 진행해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암각화의 관광자원화는 두가지 테마로 진행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고래와 암각화다. 고래를 테마로 해서 남구의 귀신고래회유해면(천연기념물 126호)과 고래특구,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엮어내야 한다. 남구는 고래, 울주군은 암각화로 두가지로 떼어놓고 제각각 관광상품화해서는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또다른 테마는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까지 대곡천 일대의 자연역사관광자원화이다. 2기 국보의 바위그림과 신라시대 명문, 공룡발자국화석은 물론이고 겸재 정선과 포은 정몽주, 회재 이언적, 한강 정구 등 선조들의 발자취가 숨쉬고 있는 반구대의 명성도 되찾아야 한다. 이미 널리 이름난 암각화에 대곡천의 빼어난 경치와 역사적 인물까지 가세한,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관광자원이다.

장생포에서 대곡천에 이르기까지 울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산책길과 자전거길을 다듬고, 볼거리·즐길거리를 만들고, 스토리텔링화하면 제주도 올레길에 못지 않는 관광상품으로 충분하다. 규모나 가치면에서 기초단체에 맡겨둘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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