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십수년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아산의 기업가 정신을 이제서야 상품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만시지탄이다. 특히 지난 2015년 11월25일 아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울산에 아산 기념관을 세워야 한다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동상이라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적잖이 일었으나 울산시는 묵묵부답이었다.

늦었지만 울산 방문의 해를 맞은 올해 아산의 리더십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을 만들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 회장의 삶은 그 자체가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이자 후세들을 위한 산교육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 회장의 흔적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관심사다. 지난 2015년 4월2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회장인 알리 알 나이미 석유광물자원장관도 정주영 기념관이 있는 현대중공업을 꼭 보고 싶다며 방문했다.

울산시가 3월부터 운영하겠다는 ‘아산 정주영 리더십 관광상품’은 국내외 CEO 리더십 교육과정, 청소년 리더십, 일반인의 개별여행, 공무원 연수 리더십 과정 등으로 나눠진다.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대상에 맞게 교육한 다음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SK에너지를 견학하는 산업관광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울산대교 전망대와 태화강 십리대숲, 대왕암공원 등 울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코스도 곁들인다. 울산시는 주관 여행사를 선정해 관광객을 유치해나갈 것이라며 울산 방문의 해의 대표적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아산은 산업도시 울산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하는 한편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올 한해 울산 방문의 해에만 유용한 관광상품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두고 두고 울산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정주영 기념관을 건립하는 일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오래전 동구청이 대왕암공원에 있는 교육연수원 부지에 아산기념관을 짓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지금은 없던 일이 됐다.

현대중공업 내에 있는 아산기념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규모나 콘텐츠도 충분치 않다. 현대중공업과의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도심에 정주영 기념관을 다시 짓고, 아산의 리더십을 상시적으로 강의·연구하는 아산리더십센터도 함께 운영해야 한다. 정주영은 울산을 울산답게 하는 가장 멋진 문화상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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