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래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잡거나 먹는 포경과 돌고래를 수족관에 전시·관람토록 하는 반생태적 요소에서 벗어나, 관경(觀鯨) 중심의 생태·대안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14일 고래생태체험관의 고래 폐사를 그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울산시 남구는 2005년 고래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문화마을 등 관련 인프라를 조성했다. 장생포동 전체와 매암동 일부 등 1.64㎢(약 50만 평)를 고래문화특구로 조성, 2008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문화특구로 지정받았다. 그 결과 장생포는 한해 9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됐다. 국내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다가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조치로 쇠락의 길을 걸었던 장생포 일원의 그 옛날 고래잡이 역사·문화를 관광자원으로 끌어낸 것이다.

전국 유일 고래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남구는 한 발 더 나아가 고래문화특구를 연간 300만명이 찾는 명소로 발전시키기 위해 오는 12월까지 ‘울산관광 1번지 장생포 마스터플랜’을 수립키로 했다. 제대로 된 미래 청사진을 통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고래관광산업 발전 전략 수립에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수족관 돌고래 폐사가 잇따르면서 고래문화특구 장생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1박2일에 걸친 수송 끝에 지난 9일 일본에서 들여왔던 고래생태체험관의 수족관 전시용 돌고래가 닷새 만인 14일 폐사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던 터라 고래를 사육·전시하는 관광정책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2009년 개관한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벌써 폐사한 돌고래가 6마리나 된다. 일본에서 수입한 고래 4마리와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고래 2마리가 폐사한 것이다. ‘돌고래 무덤’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어렵게 됐다.

핵심 관광시설로 평가받는 고래생태체험관에서의 잇단 돌고래 폐사로 촉발된 비난여론은 울산 고래관광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과거 포경도시를 기반으로 ‘고래관광도시’로 도약하려던 시도에도 심각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야생의 돌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두는 것 자체가 학대하고 죽음에 노출하는 일이라며 반발해 왔다. 또 불법포경의 근원이 되고 있는 고래고기 식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표출하고 있다. 울산 고래관광의 한계점을 드러낸 것으로, 전면적인 방향전환이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생태·대안관광으로서 고래서식환경을 복원하고, 귀신고래회유해면(천연기념물 126호)에 대한 역사성과 문화적 의미 부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와 연계성 확보 등을 통한 관찰과 학습이 가능하도록 고래관광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